[테크홀릭] PC 보급 확대에 기여한 윈도95에는 지뢰 찾기를 비롯해 게임도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다. 핀볼은 이런 게임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핀볼은 윈도XP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윈도 비스타부터는 삭제한 것이다. 핀볼은 왜 윈도에서 사라졌을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20년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해온 레이몬드 첸(Raymond Chen)은 블로그를 통해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먼저 본인도 핀볼이 사라진 건 조금 불만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윈도XP 출시연도에 윈도XP 관련 사항 중 핀볼의 CPU 점유율이 100%에 도달하지 않도록 수정한 것을 들기도 했지만 막상 비스타에 탑재하지 않기로 한 것도 본인이라고 한다.
이유는 개발사인 맥시스(Maxis)와의 라이선스 계약 만료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레이몬드 첸은 실수라고 말한다. 윈도XP를 개발하면서 지금까지 써온 수백만 행에 이르는 소스코드를 32비트에서 64비트 버전으로 이식하는 작업을 했다. 64비트 윈도XP를 출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던 것.
하지만 여기에서 핀볼이 문제가 됐다. 64비트로 이식한 핀볼에서 버그가 수없이 발견된 것이다. 버그는 공이 벽 같은 개체에 빠져버리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게임을 시작하고 발사대에서 볼을 당기면 그대로 화면 끝으로 사라져버려 순식간에 게임이 끝나버린 것이다.
레이몬드 첸이 속한 팀에선 이 문제 해결을 맡았지만 해당 게임의 소스코드는 몇 년 전 외부 업체가 만든 것인 데다 자세한 소스 코드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한다. 소스코드 내용을 설명하는 코멘트도 전혀 기재하지 않아서 원인을 찾아내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원인을 찾아야했지만 수백만 행에 달하는 소스코드 이식 작업을 맡고 있던 상황이어서 게임 속 오류를 찾을 여유가 없었다. 결국 이런 이유로 핀볼은 윈도 비스타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핀볼은 최근 들어 부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후 윈도 스토어를 통해 윈도8.1용 무료 핀볼 게임인 핀볼FX2(Pinball FX2)를 선보였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최필식 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