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4개 원전 중 `2호기`만 가동이 중단된 이유는?

고리원전 2호기가 침수로 가동이 중단되었지만 고리에 있는 나머지 원전은 이상 없이 가동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리에는 1~4호기까지 총 4개 원전이 운영 중이다. 지난 25일 고리원전 2호기는 취수 건물 내부가 폭우로 침수되자 안전을 위해 가동을 멈췄다. 반면에 다른 원전은 아무 문제없이 운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배경은 설계방식과 위치 때문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고리원전 2호기 취수 건물이 나머지 1, 3, 4호기보다 4m가량 낮은 쪽에 있다. 이번 침수도 시간당 최고 130㎜나 쏟아진 폭우가 상대적으로 낮은 2호기 취수 건물로 몰렸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복수기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원전을 수동 정지시켰다”고 말했다. 복수기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 터빈 안 압력이 높아져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취수 건물에 있는 기기는 문제가 생겼을 때 자동정지 신호가 발생하는 곳은 아니다. 이에 주제어실에서 이상 신호를 감지해 현장에서 확인토록 한 뒤 수동으로 정지를 결정했다.

2호기 취수 건물만 낮은 이유는 나머지 원전과 설계 방식이 달라서다. 고리 3, 4호기는 벡텔과 한국전력기술이 설계했다. 고리 1호기는 2호기와 마찬가지로 GAE에서 설계했지만 설비 용량이 2호기가 68만㎾로 1호기보다 크다. 용량이 다르면 같은 업체가 설계해도 개념 자체가 다르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게다가 취수 건물 위치가 특성상 해수면 아래 있어 침수 피해가 컸다. 취수 건물은 터빈을 돌리고 난 수증기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곳이다. 바닷물을 끌어들이려면 해수면 아래 펌프를 둬야 하기에 침수 위험이 상존한다. 위치도 터빈 건물에서 해안 쪽으로 40~50m가량 떨어져 있어 바다로 흘러가는 비가 몰릴 위험도 높았다.

전력 계통 보호설비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밀폐하지만 취수 건물을 바닷물을 펌프로 끌어들여야 하니 침수를 완전히 막아내기는 어렵다. 이에 원전은 침수 피해를 우려해 물을 빼내는 별도 펌프를 둔다. 해당 펌프가 정상 작동했지만 설계치를 넘어선 것으로 한수원 측은 판단했다.

가동을 멈춘 원전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허가를 받고 가동해야 한다. 안전상 문제가 없어도 가동하는 데 절차가 필요해 1~2주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취수 건물이 물에 잠기면 펌프를 작동하는 전기설비가 고장을 일으킬 수 있기에 안전을 위해 수동으로 정지한 것”이라며 “현재 배수를 끝내고 빗물의 유입 경로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