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내년 말까지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25억명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세계 인구가 72억명가량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 인구의 34.7%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통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지하철을 타보면 안다. 예전에는 책이나 신문을 읽는 승객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가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하고 있다. 지하철 내에서 슬슬 걸어가면서 일별하면, 대부분이 음악, SNS, 검색, 게임을 하고 있다. 물론 큰소리로 통화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론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모바일메신저(75.5%)와 음성통화 (73.5%), 문자메시지(71.6%), 뉴스 검색(68%) 순으로 비슷했다. 다만 20·30대는 모바일메신저와 사진·동영상 촬영을, 40·50대는 문자메시지와 음성통화를 더 많이 이용했다. 반면에 스마트폰 때문에 깊이 있는 생각이 어렵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답변이 46.3%나 나왔다. 응답자의 55.7%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답했으며, 59.9%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답해 스마트폰 의존도가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처폰 대신에 스마트폰을 쓰는 이유가 따지고 보면 모바일 메신저, 검색이 좀 더 편해서일 것이다. 스마트폰 스크린은 작기 때문에 모든 문장이 단문 중심이고 요약돼야 한다. 스티커나 줄임말이 유행하는 이유도 그래서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너무 사건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사건을 파헤치기는 했어도 수습을 못하고 있다. 사건 대책은 정치권이나 행정부에서 해야 하는데 하도 연달아 큰 사건들이 터지니 우리나라 국회의원이나 관리들의 업무 처리 속도가 따라 가지 못하는 것이다. 2, 3년 전의 사건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 어떻게 제도로, 법률로, 교육으로 대책이 마련됐는지 점검해 보면 안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온갖 뉴스와 검색과 SNS가 우리를 똑똑해진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자기 머리로 판단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관점으로 누군가의 소리에 감정적으로 쏠리는 문제가 있다. 우리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내린 결론을 진실로 믿어버리는 데에는 스마트폰의 SNS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게임의 폐해도 크다. 예전에는 PC로 게임을 주로 했지만 지금은 주로 스마트폰으로 하고 있다.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 오고 나서는 전 국민이 게임을 하게 됐다. 지하철에서 중년 남녀들이 애니팡을 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시간 남을 때 심심풀이로 한다고들 하지만 게임을 하고 싶을 때만 한다면 그건 대단한 자제력이다. 게임은 섹스 같아서 이기든 지든 끝나면 허탈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또 찾게 된다. 좀 더 짜릿함을 위해 사람들이 거기에 탐닉하는 것이다.
나도 한동안 게임에 빠진 적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후회한다. 게임에 그 많은 시간을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게임은 한마디로 도박이나 담배 같다고 본다. 그 중독성이 대단하다. 한 젊은 직장인이 환승하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도 게임을 정신없이 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야구였다. 그게 그렇게 재미있나? 계단에서 넘어질 듯하면서도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이를 보고 사실 애처롭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저렇게 출근해서 회사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외국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다 경험했지만 우리나라 지하철의 통신 환경은 정말 대단하다. 어느 나라에서 이렇게 와이파이가 펑펑 터지는 지하철이 있는가? 어느 나라에서 조는 승객 빼고 거의 모든 승객들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가?
우리가 쓰고 있는 통신 자원의 몇 %가 확대 재생산에 투입되고 있는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매출이 부진하자 전체 주식시장의 주가가 요동을 칠 정도로 스마트폰 수출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자원이 적정하게 생산적인 부문에 재투입되는 것이 우리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단순한 호기심과 순간순간의 지루함을 모면하기 위해 너무나 비싼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앞으로도 여러 형태로 진화할 것이고 통신 속도도 경쟁적으로 더 빨라질 것이다. 언젠가 정치인 중에서 반값 통신비를 공약으로 내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온 국민이 통신비 걱정 없이 검색하고, 게임하고, SNS하고, 지나간 TV 드라마를 시청하도록 하겠다고 목청을 높일지 모르겠다. 우리가 아무 부담 없이 스마트폰을 활용한다고 해서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이 올라가고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인가? 의사가 칼을 쓰면 생명을 살리지만 강도가 칼을 쓰면 생명이 죽는다. 우리가 도구를 지배해야지 도구가 우리를 지배하게 해선 안 된다.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교황 말씀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년들을 향해 “우리의 삶은 시간으로 이뤄져 있고 시간은 신이 준 선물이니 선하고 유익한 일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많은 젊은이가 쓸데없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다며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채팅, TV 드라마 시청, 첨단 제품 이용 등을 ‘쓸데없는 일’의 사례로 적시했다. 교황은 이런 활동은 ‘삶의 질을 단순화하고 개선하기도 하지만 무엇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빼앗아 간다’고 지적했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