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창조경제 주축인 기술기업을 육성하려고 기술력만 보고 대출하도록 금융사를 독려했다. 정작 현장에서 씨도 안 먹혔다. 금융사들은 상대적으로 위험하고 자칫 책임 추궁이 뒤따를 기술금융 대출을 꺼렸다. 그 결과 조금만 지원 받아도 크게 성장할 중소 기술기업, 특히 벤처기업은 좌절하기 일쑤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뭐 하러 굳이 위험을 부담하느냐는 금융권 보신주의가 팽배한 게 현실”이라며 이 상황을 질타했다. 정책금융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금융사의 기술금융을 활성화할 파격적인 조치를 주문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금융사 혁신 수준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고, 기술기업을 적극 돕는 금융사에 정책금융을 우선 지원키로 했다. 기술가치평가투자펀드를 조성하고, 금융사 직원 직접 제재도 없앤다.
누구보다 돈의 위력을 잘 아는 금융사들이다. 이들을 움직이려면 돈이 되는 쪽의 당근만큼 강한 유인책은 없다. 인센티브로 금융사들을 움직이겠다는 것은 적절하다.
하지만 기술금융이 더 활성화하려면 더 강한 인센티브를 고민해야 한다. 기술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 일반 담보, 보증 대출보다 매력적이지 않으면 금융사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한시적이라도 기술금융 붐이 일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
금융사도 달라져야 한다. 모험 대신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은 금융사 속성일지라도 경제 상황에 따라 선택을 달리 해야 한다. 지금은 경기 하강 국면이다. 금융사와 임직원 입지도 덩달아 하락한다. 이 상황에서 금융사가 계속 안정성만 좇으면 경기 반전 기회는 갈수록 소멸한다. 이럴 때 금융사는 약간의 모험적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기술기업에 투자해 이른바 ‘대박’이 나오면 금융 시장은 활성화하고 경기 반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금융사들은 손쉬운 담보와 보증 대출에 안주하면서 외국 금융사와 비교해 경쟁력을 상실했다. 기술금융은 대출이라기보다 투자에 가깝다. 금융사가 기술금융에 적극적일수록 미래 경쟁력을 더 키울 수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