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리더 초대석]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올여름 전력 수급은 큰 문제가 없었다. 날씨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전력 공급 능력이 뒷받침했다. 시험성적서 문제로 가동을 멈췄던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2호기가 재가동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5.5%인 원전 이용률이 올해는 85.4%로 약 10%P나 증가됐다. 최근에는 고리 2호기가 시간당 130㎜가 넘는 폭우에 취수 건물이 침수됐지만 사전 수동 정지로 안전을 확보했다.

[에너지 리더 초대석]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한국수력원자력이 달라졌다. 연일 터져나오던 비리 문제도 어느 새 잠잠해졌다. 조직 개혁으로 비리 온상이라는 오명도 벗을 날이 머지 않았다. 불과 1년 만의 일이다. 각종 비리로 얼룩져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최저점을 받은 것과 너무 다른 모습이다.

그 중심에 조석 사장이 있다. 모두 지난해 9월 조 사장이 취임하고 나서 생긴 변화다. 조 사장 취임 일성은 멈춰있던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2호기 재가동이었다. 성적서 조작으로 강제 정지된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은 곧 한수원의 위상을 바로 잡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조 사장은 “취임 즉시 ‘원전 가동 정상화 전담팀’을 구성해 원전 3개 호기의 케이블 교체 계획을 수립했다”며 “케이블 재검증과 교체작업을 병행하면서 공기를 단축했고 해당 내용은 규제기관과 지역주민에게 그대로 공개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말부터 정지했던 원전 3기가 7개월여 만인 올초 안전성을 확인받아 재가동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겨울철 전력피크 기간을 큰 위기 없이 보낼 수 있었다.

조 사장은 지난해부터 조직과 인사, 문화를 아우르는 ‘3대 혁신’을 추진 중이다. 직원의 자발적인 참여, 밑에서부터의 개혁이라는 점에서 기존 혁신과 다르다고 조 사장은 설명했다. 비리 재발방지를 위해 공기업 최초로 ‘원전 부품 원가 조사작업’을 실시했다. 최저 가격 입찰을 해온 것이 문제 원인이라고 판단해 한수원 자체적으로 원가를 조사하고 공급자를 관리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조직 내 이기주의를 타파하는 데도 발벗고 나섰다. 조 사장은 “원자력 특성상 ‘원자력 순혈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작년부터 외부인사를 대규모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수원 사상 최초로 여성 고위간부를 민간에서 영입해 국민과 소통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에도 더욱 신경이 쓴다. 안전 이슈가 부각되고 나서야 서둘러 안전점검을 하는 다른 산업분야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은 규제기관의 철저한 규제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최근 안전이 화두로 떠오르며 장기 가동 원전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고리1호기는 이미 계속 운전 승인 과정에서 대부분의 설비를 교체하고 안전성을 평가하는 등 안전성을 강화해왔기 때문에 노후화 됐다고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자연재해 대비를 위한 안전설비를 보강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사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한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혁신과 안전으로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되찾는 한편, 안정적인 국내 사업을 바탕으로 한 신성장동력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수출 시금석이 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의 운영지원 사업과 해외 원전 추가 수주를 통해 한국 원전산업 위산을 제고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조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원전 해체 사업 기술 확보, 신재생 에너지 사업 추진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며 “이를 통해 한수원이 국민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사업기획단장을 맡으면서 19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을 위해 최초로 주민투표 방식을 도입한 인물이다. 이를 인정받아 2006년 홍조근정훈장 수훈키도 했다. 이후 에너지 정책기획관, 지식 경제부 산업 경제 정책관, 성장 동력 실장, 제2 차관까지 역임하면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주도해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