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불거졌던 KB금융의 내홍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을 경징계하고 양측이 화해의 움직임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 행장이 관련 임원진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태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전날 KB금융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재열 전무를 비롯, 문윤호 KB금융 IT기획부장, 조근철 국민은행 IT본부장 3명에 대해 업무방해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중 이 행장이 인사권을 가진 조 상무는 이날 검찰 고발과 함께 해임 조치됐다.
업무방해죄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僞計) 또는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형법상 범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은행 측은 이들 3명의 임원이 지난 4월 이사회를 통과한 전산시스템 교체 안건과 관련, 기존 IBM 시스템을 교체할 유닉스의 잠재적인 위험 요인을 알고도 이를 이사회 보고서에 고의로 누락시켰다고 보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금감원 제제심의위원회에서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서 3명 모두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았지만 검찰 고발로 형법상 책임까지 묻겠다는 것이다.
이 행장 측은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이 마비될 경우 국가 경제에 혼란이 올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이런 위험을 알고도 이를 이사회 보고서에서 누락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고발장에서 유닉스 시스템이 성능 시험에서 1700회나 시스템이 다운되는 등 명백히 성능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여러 가지 환경을 조작하고 시스템이 다운된 사실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 행장은 인사권을 갖고 있는 조근철 국민은행 IT본부장을 해임하고, 추가로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전반적인 진행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감사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고발 건은 수뇌부간 갈등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며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관련 임원들의 잘못이 입증된 만큼 추가 사법 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 결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사안을 검찰까지 갖고 갔다는 것은 내홍이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조기 수습에 대한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