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독과점 규제가 필요한 이유

[ET단상]독과점 규제가 필요한 이유

시장 경제는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소비자에게 최대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집단인 기업과 저렴하게 품질 좋은 상품을 구매해 만족도를 높이고자 하는 소비자의 이익은 상반될 수 있다. 이때 기업과 소비자의 이익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경쟁정책이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의 국가는 적절한 경쟁이 유지되도록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시장에서는 그 영향력과 파급력을 감안해 더더욱 강한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방송통신시장 점유율을 높여 시너지를 내기 위해 동종업계 기업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 2011년 이동통신시장 2위인 AT&T의 4위 T-모바일 인수 추진은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합병이 성사됐으면 AT&T는 버라이즌을 제치고 40% 가까운 점유율의 강력한 1위 사업자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가 시장 독과점으로 인한 통신료 인상이나 소비자 후생 감소 등을 우려해 소송을 제기하고, 연방통신위원회(FCC)까지 반대에 나서면서 없던 일이 됐다.

최근 소프트뱅크 계열의 스프린트 역시 T-모바일 인수에 나섰다가 독과점 우려 논란으로 계획을 접어야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미국 최대 유료방송 사업자 컴캐스트는 2위 타임워너를 인수하는 매머드급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여지없이 시장 독과점 논란이 일자 컴캐스트는 FCC 설득을 위해 자신이 승소해 폐지된 30% 점유율 규제를 다시 적용해 유료방송 가입자를 스스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컴캐스트는 시장 점유율 30%를 초과한 약 390만 규모의 가입자를 경쟁사인 차터커뮤니케이션에 매각하거나 계열분리를 통해 정리할 계획이다.

언뜻 생각하면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 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용자에 악영향을 줄 소지가 있는 특정사업자의 과도한 시장점유를 방관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우리나라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도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성장’과 함께 ‘균형’을 강조하며 시장 질서를 유지해 가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119조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면서 성장과 안정, 시장지배와 경제력남용 방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기에 방송시장은 방송법과 IPTV법에서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특정 사업자집단이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성방송에 대한 가입자 제한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IPTV와 위성방송사업권을 모두 보유한 KT그룹이 이를 이용, 유료방송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KT스카이라이프는 IPTV방식의 DCS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감은 증폭되고 있다. DCS는 과거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위법 판정을 받았지만 만일 허용된다면 점유율 제한이 없는 위성방송 가입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지난 6월말 기준 KT그룹은 IPTV와 위성방송 가입자를 합쳐 730만으로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27.7%를 차지하고 있다. 뒤를 잇고 있는 MSO의 점유율이 15%~16% 수준인 것을 보면 KT그룹은 이미 독보적인 초대형 MSO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유료방송시장의 독과점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점유율규제 개선 없이 DCS가 허용된다면 위성방송을 활용한 KT의 시장독점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

이와 관련 정부도 유료방송 규제형평성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고, 국회에서도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에서 위성방송을 특수관계자로 포함시켜 동일규제하고자 법안이 발의됐다.

해외사례에서 보듯이 국민이 매일 이용하는 방송통신 서비스에 대해서는 서비스 품질이 유지되고, 적정 요금이 산정될 수 있도록 경쟁 및 독과점 방지 정책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창조경제로 가는 길은 특정사업자의 시장 독점을 막고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할 때 열릴 수 있다.

성기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정책분과위원장 khsung@tbroa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