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 등 대기업이 순환출자 고리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시행된 신규순환출자 금지를 앞두고 미리 소유 구조를 정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계열 회사 간 순환출자 현황을 27일 공개했다.
6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7월 현재 순환출자를 보유한 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현대중공업, KT 등 총 14개다. 이들이 보유한 순환출자 고리는 작년(9만7658개)보다 99.5% 줄어든 483개로 집계됐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경제민주화 핵심 과제로 도입한 신규순환출자 금지제도 시행을 앞두고 상당수 기업집단이 순환출자를 자발적으로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순환출자 고리 수가 대폭 줄고 완전해소 집단도 나타나면서 대기업집단 소유 구조가 단순·투명해지고 금산분리도 강화됐다”고 말했다.
삼성은 4건의 계열사 간 지분 매각과 1건의 합병 등으로 2541개 순환출자 고리를 없애 14개가 남은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는 12건의 계열사 간 지분 매각 등으로 9만4616개 고리를 없앴다. 현대차는 제3자 지분매각, 계열사 간 합병 등으로 1개가 줄어 6개를 기록했다. 반면에 한진, 현대, KT는 오히려 순환출자 고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순환출자 고리 내 출자회사와 출자대상 회사 간에 1주 이상 출자가 있는 경우를 기준으로 산출했다.
출자비율이 1% 이상인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350개로 나타났다. 롯데가 299개였고, 그외 삼성(14개), 한솔(7개), 현대(6개), 영풍(6개) 등의 순이었다. KT와 금호아시아나는 1% 이상 순환출자 고리가 없었다.
공정위는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발표한 순환출자 고리 수가 정확하지 않았다며 경위를 해명했다. 작년 5월 공정위는 출자비율 1% 이상 순환출자 고리 수가 삼성은 16개, 롯데는 51개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확인 결과 삼성과 롯데가 각각 30개, 5851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작년에는 신규순환출자 금지제도를 도입하기 전이어서 순환출자 산출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정밀하게 검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작년은 순환출자 금지제도 도입 전이라 법에 의한 자료제출 명령을 할 수 없었고 공정위도 수작업에 의존해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정밀한 검증을 하지 못했다”며 “해당 기업도 자료 작성 시간이 약 7일밖에 주어지지 않아 시간 제약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법 개정으로 대기업이 순환출자 상세내역을 공시해야 하고 공정위도 산출 프로그램으로 검증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현황 조사 정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나머지 순환출자도 자발적 해소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한편 특정금전신탁 등을 이용한 탈법적 신규 순환출자를 면밀하게 감시할 계획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