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가 이전하면 뭐합니까? 수도권 대형 업체들이 정보화 구축사업 등을 독식하다시피 하는데요. 지역 ICT 업계는 되레 고사위기에 빠졌습니다.”
혁신도시 지방이전이 본격화하면서 수천억원 규모 정보화 예산이 지역에 뿌려지고 있지만 정작 지역기업들에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수도권 쏠림으로 지역산업 생태계는 자립기반을 갖추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나주혁신도시 등 일부 이전기관을 보면 정보화사업 프로젝트 수주를 수도권업체가 대부분 독식했다. A기관은 100억원 규모 입찰공고를 앞두고 수도권 SI업체로만 구성한 비공개간담회를 열어 지역업체 고의 배제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다른 지역 사정도 비슷하다.
지역IT업계는 수도권에 비해 자본과 개발인력 등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수주전을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인력유출도 심각하다. 수도권 업체들의 지방이전이 본격화하면서 지역 중소기업 인력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매출 100억원 규모 B사는 지난달 프로젝트 매니저 등 8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퇴사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신규사업은 고사하고 시스템 유지관리 업무에도 구멍이 나면서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SW개발업체 B사도 최근 경력직 직원 3명이 수도권 업체로 이직했다. 물론 이직을 뭐라 할 수는 없으나 어렵게 전문인력을 키워온 지역업체로서는 허탈감을 지울 수 없다.
전국 혁신도시는 대규모 신축청사 공사가 한창이다. 올 연말이면 대다수 공공기관이 지역에 둥지를 옮길 예정이다. 수천억원 규모의 최첨단 정보화사업도 쏟아진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지역업체들은 스스로 문을 닫거나 수도권 회사의 현지 지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 이전 취지가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있다면 함께 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소한 지역에 기회라도 줘야 한다. 수도권 업체와의 컨소시엄, 지역업체 가점 등의 제도개선도 고민해봄 직하다. 지역업체 역시 무임승차는 안 될 말이다. 업계 스스로 전문인력을 키우고 차별화된 R&D 등 자생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