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자원개발 민간기업 전성시대

“잘 키운 광구 열 사업 안 부럽다”

일찍이 자원개발사업에 나선 민간기업이 최근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자원개발사업이 수익을 떠받치는 대들보 역할을 하며 기존 주력 사업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투자비용이 크고 사업 기간이 길어 리스크가 큰 특성 때문에 애물단지 취급도 받았지만 자원개발사업은 이제 명실상부 회사 중심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자원개발 공기업의 신규투자가 중단된 상황에서 민간기업이 자원개발 사업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미얀마 미야가스전 해상플랫폼.
대우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미얀마 미야가스전 해상플랫폼.

◇자원개발 30년 투자, 결실 거둔 SK

2011년 SK이노베이션(당시 SK에너지)은 브라질 해상광구 지분을 머스크 오일에 24억달러(2조 4500억원)를 받고 팔았다. 브라질 광구 매각은 국내 기업 자원개발사업 가운데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2000년 브라질 광구를 인수해 불과 10여년만에 무려 4배의 이익을 남겼다.

SK이노베이션(당시 유공)은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탐사정 시추로 자원개발 사업에 발을 들였다 시작부터 고배를 들었다. 당시 안팎에서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나왔지만 투자는 이어졌다. 다음해 북예멘 마리브 광구 개발권 지분을 인수해 다시 한 번 석유개발 사업의 문을 두드렸고 수차례 실패 끝에 1984년 7월 시추정에서 원유를 발견했다. 1987년에는 우리 손으로 개발한 원유가 국내에 입항하면서 자원개발사업에서 첫 성과를 올렸다. 이후 1996년 페루 8광구에서 원유 상업생산에 나섰고 1999년에는 베트남 15-1 광구의 광권을 획득해 탐사, 개발 끝에 4년 뒤인 2003년 상업생산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16개국 25개 광구에서 석유개발 사업과 4개 LNG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 생산광구에서 우리나라 전체가 약 9개월가량 쓸 수 있는 6억 2900만 배럴의 지분 원유를 확보했다. 일일 생산량은 7만4250 배럴로 5년 새 3배 이상 늘어났다.

다음 타깃은 미국이다. 최근 미국 석유생산광구도 인수해 운영권을 확보하고 직접 원유 생산에 나섰다. 미국 생산광구 두 곳의 확인 원유매장량은 1890만 배럴이다. 미국 진출로 자원개발 역량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와 러시아를 따돌리고 최근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 국가로 등극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셰일가스로 대변되는 비전통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미국 진출로 석유개발 사업 최신 기술을 얻고 향후 사업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매출액 33조3717억원, 영업이익 175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석유 개발사업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477억원과 2170억원을 기록했다. 석유개발사업 매출액은 전체 1.3%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률은 50%에 육박한다. 기존 주력사업인 정유 부문 영업이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석유개발사업이 실적 부진을 만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 기여도는 매년 증가해 왔다. 지난해 석유개발 사업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821억원, 5537억원. SK이노베이션 계열 전체 매출액의 1.5%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대한민국 대표 E&P 기업, 대우인터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개발로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과거 프랑스 메이저 석유회사인 토탈사를 비롯해 미국, 일본 회사는 미얀마 서부 해상에서 모두 7개공을 시추했지만 가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우인터는 2000년 A-1광구 탐사권을 취득한 후 자체 기술력으로 탐사에 나섰다. 이후 2004년 1월 첫 번째 탐사정에서 대규모 쉐 가스전을 발견하며 대박을 터트렸다. 이후 발견한 미야, 쉐퓨 가스전까지 세 개 가스전 총 매장량은 4.5조입방피트(ft3)로 지난 30년간 한국 기업이 발견한 석유가스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원유 환산 기준 8억배럴로 이는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의 3년치(2010년 기준)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으며 하루 생산량을 올 초 2억입방피트에서 연말 5억입방피트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291억원이었던 미얀마 가스전 영업이익은 올해 167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는 향후 25년간 미얀마 가스전에서만 매년 3000억원이 넘는 영익이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스전 탐사, 개발, 운영 기술을 확보한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더 큰 수확이다.

미얀마 가스전 생산으로 회사는 이익구조도 완전히 바뀌었다. 대우인터는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대비 26%, 79% 증가한 10조1918억원, 1611억원 규모다. 같은 기간 자원개발 사업 영업이익은 97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했다. 지난해 자원개발 부문 전체 영업이익(444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대우인터는 자원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8월 캐나다 타이트 오일가스 생산 사업에 지분 참여로 비전통 자원 개발사업에 발을 들였다. 캐나다 앨버타주 중서부 광구에서 타이트 오일가스를 생산하는 벨라트릭스사 지분을 50% 인수했다. 타이트 오일은 셰일가스가 매장된 셰일층(퇴적암층)에서 시추하는 원유를 말하며 탄소 함유량이 많고 황 함량이 적은 경질유다. 인수한 광구 면적은 1만2320에이커로 총 매장량은 원유로 환산하면 480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인터내셔널과 관련된 지분에 할당된 매장량은 약 1460만배럴이다.

국내 자원개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 2011년 10월 동해 대륙붕 광권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획득했다. 울산 앞바다에 있는 6-1 해저광구 남부지역은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분 70%와 광구 운영권을 보유하고 석유공사가 30%의 지분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012년 3차원 탄성파 탐사를 실시해 이미 기존에 가스가 발견된 고래 D 지역 예상 규모와 시추위치를 확정한 상태다. 올해 말 평가정 시추를 통해 정확한 매장량을 확인하는 대로 가스전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자원개발 실적 및 비중 (자료: SK이노베이션)

자료: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인터내셔널 자원개발 사업 현황 (광물 사업 미포함, 자료 대우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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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