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바람의 공포 `인투 더 스톰`

지난 28일 개봉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인투 더 스톰’은 기상이변으로 발생한 슈퍼 토네이도를 다룬 재난영화다. 최대풍속 300㎧의 회오리 바람은 오클라호마 실버톤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아수라장으로 사라진 아들을 찾아 나선 아버지, 재난 속에서도 호기심에 이끌린 기상학자 등 다양한 개성의 등장 인물들이 이야기를 펼쳐간다. 특히 바람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4D 상영관에서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사이언스 인 미디어]바람의 공포 `인투 더 스톰`

영화 속 토네이도 위력은 비현실적이다. 토네이도 강도는 피해를 기준으로 정한 후지타 규모로 측정하는데, F0부터 F5까지 6개 등급으로 나눈다. 최근에는 풍속과 피해 규모를 더한 새로운 기준을 사용한다.

가장 낮은 EF1은 풍속 29~38㎧에 나무가 꺾이고 창문이 깨지는 단계, 가장 높은 EF5는 풍속 90㎧ 이상에 자동차 크기 구조물이 100m 이상 이동하는 단계다.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EF4, EF5 규모 토네이도는 연간 한 두 차례 발생한다. 토네이도 중심 풍속이 100㎧~200㎧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나 더 센 풍속이 관측된 적은 없다.

영화 배경에는 토네이도에 대한 신비와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토네이도는 아직 그 발생 원인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자연 현상이다. 고온다습한 공기가 불안정한 환경에서 상승하면 토네이도가 생성된다고 추정할 뿐이다.

이 같은 상승 기류가 발생하면 공기가 천천히 회전하며 강한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는데, 소용돌이 바깥의 상승 기류가 지상의 물체들을 감아올린다. 반면 토네이도 중심 부근에서는 상승 기류와 반대로 하강 기류가 형성돼 균형을 이룬다. 일반적으로 토네이도 중심 기압은 주변보다 최고 10%가량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토네이도가 잦은 이유는 평야가 발달해 하층 고기압이 정체되기 쉽고, 성격이 다른 두 기단이 충돌할 무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로키산맥에서 불어오는 차고 건조한 대륙성 기단과 멕시코 만에서 넘어오는 따뜻하고 습한 기단이 대평원에서 만나 토네이도를 자주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보도 어렵다. 하종철 국립기상연구소 연구관은 “수치 모델을 통해서 대기 불안정 정도나 발생 가능성은 조사할 수 있지만 토네이도 자체는 예상하기 어렵다”며 “레이더로 관측하다 징후가 나타나면 수십 분 전에 알 수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는 토네이도가 거의 발달하지 않고 바다에서 토네이도와 유사한 용오름 현상이 발달한다. 보통 지름 100m 이하에 풍속도 25㎧이하여서 크기도 작고 파괴력도 약하다.

우리나라에는 태풍으로 인해 60㎧ 이상 바람이 불기도 하지만 실제 토네이도나 영화 속 토네이도 같은 초속 수백 미터 바람은 발생한 적이 없다. 지상보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대기 상층에서 측정한 최대 풍속도 110㎧ 전후로 기록돼 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