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이라고 불린 다섯 쌍둥이 공기업이 있다.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이다. 2011년까지만 해도 한국전력이란 이름으로 한 식구였지만 발전부문을 분할하면서 생겨났다. 생산한 전력 모두 한전에서 구입하니 영업할 필요도 없고 원가 보상까지 해주니 이만한 기업이 없었다.
변화가 생긴 것은 일반 기업에서도 지급하는 보너스 중 일부를 경영성과급이라는 명목으로 떼어놓고 경쟁을 붙여 차등 지급하면서부터다.
올 초에는 정부에서 공기업 방만경영을 해소한다며 복지 축소 칼날을 들이댔다. 시한은 8월까지다. 말이 합의지 정부 가이드라인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명령이었다. 정부는 경영평가 2단계 하락, 대표 해임 건의 등 불복의 대가는 크다며 엄포를 놓았다. 경영평가 하락은 곧 전체 월급과 퇴직금 기준 금액 축소를 의미하니 얼마 되지 않는 복지를 포기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회사 대표와 임원들은 같은 이유를 대며 설득했다.
물론 대부분 공기업이 비슷한 처지다. 하지만 다섯 쌍둥이는 상황이 다르다. 서로 비교평가 대상이 되기 때문에 한 회사만 독불장군처럼 버틸 수도 없다. 쟁점이던 경영성과급 퇴직금 산정여부는 결국 대법원 판례까지 깨고 제외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퇴직을 눈앞에 둔 고참 직원은 당장 퇴직금 자체가 크게 줄어든다. 자녀가 대학을 가도 학자금 지원은커녕 이미 받은 사람은 매달 월급에서 뱉어내고 있다. 업무상 목숨을 잃어도 산업재해보상 외에는 순직조위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10년, 20년 넘게 한 직장에 충성해도 말로만 격려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처벌기준은 공무원에 준하지만 정작 공무원 연금 혜택은 받지 못한다.
발전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매출만 6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대학 학자금 지원금을 비롯한 복리후생비는 연간 20억∼40억원 정도다. 1인당 100만∼200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적은 돈 아끼려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사기를 꺾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