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10% 이상 급감했다. 정부가 확정적 재정확대와 금리 인하 등으로 경제활성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3분기에도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사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기업 실적은 모처럼 상승세를 구가하는 주식시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닥 상장 1172개사의 연결실적 기준 상반기 매출은 966조9975억원, 영업이익은 51조704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은 지난해 수준(0.1% 감소)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11.5%나 급락했다. 국내 상장기업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와 유사했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는 의미다.
시장별로 유가증권시장 493개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906조7437억원, 48조750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0.2%, 11.7% 줄었다. 코스닥 679개사 매출은 60조2538억원으로 0.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조9537억원으로 6.7% 감소했다.
상반기 상장기업 수익성 악화는 ‘세월호 사태’ 이후 나타난 극심한 내수 침체를 반영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상장사 전체 실적에서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해온 삼성전자가 상반기 부진한 경영성과를 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상반기 매출은 106조28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2%, 영업이익은 15조6761억원으로 14.3%나 줄었다.
시가총액 2위 현대자동차 역시 매출이 44조401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0.3% 줄었고, 영업이익은 4조25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5.83% 감소했다.
최근 주식시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나온 강력한 경제 활성화 의지에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까지 반영되며 호조세를 보여왔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경기선행 지표인 주가를 먼저 끌어올렸다는 해석이다. 또 주요 경제지표도 △수출 호조 지속 △금리 하향 안정 △환율 1010원대 횡보세 등으로 나쁘지 않다.
반면에 국내 경기 활성화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기업실적 개선은 아직 요원하다. 특히 3분기에도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1850~2030 선의 오랜 박스권 상향 돌파를 시도 중인 주가지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정책이 얼마나 잘 실행되는지, 또 기업실적이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는지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2분기 실적 악화는 시장에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됐고 하반기 상승장의 기대감은 아직까지는 유효한 편”이라며 “다만 정부 경제정책이 추진력을 잃거나 기업 실적 부진 등 실물경기 회복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주가는 다시 박스권에 갇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