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기술이 국부를 창출하는 시대엔 과학교육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학교육 축소 논란을 불러온 교육과정 개편 작업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전담기구 설치도 제안됐다.

3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창조경제시대의 미래인재 양성교육 국민 대토론회’에서 패널 토론자들은 각자가 속한 분야와 시각에 따라 다양한 관점으로 수학·과학 교육 중요성을 역설했다. 국가교육개혁위원회 구성 등 교육과정 개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 수 있는 방안도 제시됐다.
윤정로 한국사회학회장(KAIST 인문사회과학과 교수)은 사회 불평등과 정의 관점에서 문·이과 통합, 수학·과학 교육을 바라봤다. 윤 회장은 학부 때부터 사회학을 전공해 지금까지 사회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부와 권력, 사회적 영향력이 과학과 기술에서 나온다고 전제한 뒤 “과거 문자 해독 능력이 세상을 이해하는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수학, 과학 소양이 중요하다”며 “이 소양이 없으면 시민으로서 권리는 물론이고 의무도 행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세계 모든 사회학대회 화제가 불평등”이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교육 중에서도 수학과 과학 교육”이라고 덧붙였다.
RNA 분야 세계적 석학인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장은 지금의 과학 교육이 전문 과학자를 양성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우리나라 과학이 세계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지속가능한 상태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2.5 단위의 과학 교육으로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융합적 사고를 위해서도 각 분야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단장은 “두루두루 많이 아는 것보다 전공 분야를 얼마나 깊이 있게 아느냐가 중요하다”며 “그를 기반으로 다른 분야를 이해해야 진정한 융합이 이뤄지고 독창적, 창의적 연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과정 개정 시 사회적 합의를 이끌 수 있는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2009년 교육과정 개정을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라는 틀 속에서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을 담보한 개정”이라고 평가하며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범국가적 ‘국가교육개혁위원회’ 구성은 당면한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대해서는 “2003년 수시 개정 체제를 도입한 이래 교육관계자 이해 조정에 치중하면서 개편 구조가 왜곡됐다”며 “이 와중에 교육부가 또다시 독단적으로 수시개정을 추진해 갈등과 혼란이 깊어졌다”고 꼬집었다.
민경찬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기초연구진흥협의회 위원장도 “불신이 개입된 의사결정 과정 합리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와 절차적 문제를 거론했다. 김명환 기초과학학회협의체 회장은 “대부분 이공계 교수들이 초중등 교육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어 반성이 필요하다”며 과학계의 관심과 교육부의 전향적 태도를 주문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제대로 된 교육과정이 마련돼 실력은 있지만 집안 환경이 어려운 사람도 학교 교육을 통해 과학기술계에서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