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상반기 공공ISP 사업, 절반이 제안업체 없어 유찰…낮은 예산과 감점제도 때문

상반기 발주된 공공기관 정보화전략수립(ISP) 사업 중 절반이 제안업체가 부족해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낮은 사업예산과 ISP 사업 수행에 따른 본사업 감점제도가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정보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전 전략 수립이 부실해지고 강소기업 육성을 저해하는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

10일 올해 상반기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에 공지된 공공기관 ISP 사업 중 개찰일자가 지난 43개 사업을 분석한 결과 44.18%인 19개 사업이 입찰업체 부족으로 유찰됐다. 이중 상당수 사업이 두 차례 모두 유찰돼 단독 응찰한 기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업을 취소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가 발주한 ‘레이더자료 전용통신망 구축을 위한 ISP’ 사업이다. 7078만원인 이 사업은 지난 4월 처음 발주된 이래 무려 네 번 유찰됐다. 앞서 두 번은 입찰한 업체가 한 곳도 없어 무응찰로 유찰됐고 이후 두 번은 단독업체 입찰로 유찰됐다.

대법원 ‘등기업무 선진화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ISP’ 사업도 마찬가지다. 10억원에 사업이 발주됐지만 사업범위가 너무 넓어 두 차례 모두 유찰됐다. 이후 대기업이 사업에 제안, 수주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의 2억3720만원 규모 ‘심사분석 프로세스 효율화 및 정보공유를 위한 BPR·ISP’ 사업도 두 차례 유찰됐다.

범정부 사업으로 추진된 ‘해양수산재난정보체계 ISP’ 사업도 두 차례에 걸쳐 유찰됐다. 이 사업은 지난 4월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발주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업체로부터 외면받았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차세대 응급의료정보망 구축 ISP’,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차세대 인증체계 수립을 위한 BPR·ISP’ 등도 두 차례 유찰된 사업들이다.

이처럼 공공 ISP 사업 유찰 비율이 높은 것은 무엇보다 낮은 사업예산 때문이다. 한 컨설팅업체 대표는 “최근 발주되는 공공 ISP 사업예산이 예년에 비해 훨씬 낮아졌다”며 “적정 가격의 80%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토로했다. 사업을 수주해 수행하면 오히려 적자가 나는 형태다.

사업예산이 낮아 프로젝트를 수행해도 제대로 된 품질을 갖추지 못한다. 이로 인해 발주기관과의 갈등이 생겨 오히려 공공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 된다.

ISP 사업을 수행하면 본사업 평가 시 감점을 부여하는 제도도 문제다. 정부는 과거 대기업이 ISP 사업을 독식, 후속 사업을 자신이 수주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ISP 감점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대기업 참여가 금지된 상황에서 ISP 감점제도는 오히려 중소 컨설팅업체에 걸림돌로 여겨진다. 다른 컨설팅업체 대표는 “컨설팅기업에서 중견 IT서비스기업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감점제도 때문에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발주기관이 마음대로 프로젝트 과업 범위를 늘리는 것도 문제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제안요청서(RFP)에 명시된 범위를 넘어 실제 시스템 구축 단계에서 시행되는 설계까지 요구한다.

업계 관계자는 “ISP 취지에 맞게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중소 컨설팅기업 육성을 위해 감점제도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정보화통계담당관은 “정보화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ISP 예산을 늘리기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