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탄생의 비밀 “열쇠는 박테리아”

[테크홀릭] 생물은 크게 박테리아와 식물, 동물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동물만 해도 100만 종 이상이 존재하고 있지만 식물과 박테리아까지 합치면 지구상에는 500만 종이 넘는 생물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동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동물 탄생의 비밀 “열쇠는 박테리아”

지구가 탄생한 건 보통 45억 5,000만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부터 5억 5,000만 년 이후부터 지구상에 원시 생명이 탄생했다. 원시 생명이 탄생하고 다시 수십억 년 동안 지구상에는 단세포 생물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등장한 동물은 복잡한 형태를 취하게 된다. 세포는 새로운 3차원 구조를 조직하고 이동과 식사, 소화 같은 역할에 복잡한 다세포를 가진 생물인 동물이 탄생한 것이다. 이 시기는 5억 4,000만 년 전으로 캄브리아 대폭발로 불리는 생물이 단번에 다양화된 이상 현상이 일어난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조가비와 불가사리, 곤충이나 갑각류까지 모든 동물의 원형이 되는 생물이 단번에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단세포에서 다세포를 가진 복잡한 생물로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는 여전하다.

동물 탄생의 비밀 “열쇠는 박테리아”

동물의 출생이나 증가는 당연한 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지만 수십억 년 동안 지구를 독점하던 단세포 생물이 갑자기 다세포 생물, 동물로 진화하게 된 이유는 뭘까. 다세포 생물은 여러 세포가 함께 살기 위해 세포를 붙여둘 필요가 있다. 세포간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필요가 있고 서로 산소와 에너지를 교환해야 할 필요성까지 있다. UC버클리의 진화 생물학자인 니콜 킹(Nicole King)은 이런 동물의 기원에 관심을 가졌다. 태고 생물을 조사하려면 보통 화석을 떠올리겠지만 화석이 명확한 답을 알려주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녀가 관심을 둔 건 현미경으로 봐야 겨우 보이는 수생 생물(Choanomonada). 단세포 생물 중 가장 동물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만일 동물의 기원이 궁금하다면 이 수생 생물의 유충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유충은 타원형으로 생겼고 꼬리 같은 편모 1개를 갖췄다. 편모를 이용해 수중을 헤엄친다. 이들은 단체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여러 개체가 얇은 섬유질로 이어져 다세포 생물처럼 될 수도 있다. 많을 때에는 50개 이상 개체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난 2006년 이런 집단화를 왜 하는지 이유가 밝혀진다. 이 수생 생물은 편모로 물을 흔들면서 박테리아를 끌어들여 몸체에 붙인다. 그런데 모르는 종류의 박테리아가 나타나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개체가 다세포 생물처럼 이어지는 집단화를 하게 된다. 단세포 생물로 남아있는 것보다 다세포 생물이 되는 게 생존에 적합하다고 본 행동으로 추정된다.

니콜 킹은 모든 생물의 조상도 이 수생 생물과 마찬가지로 6억 년 전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다세포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계에선 그녀의 연구가 초기 동물 진화, 박테리아의 세계에서 동물로 진화하게 된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테리아와 반응해 집단화하는 현상, 그러니까 다세포화해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해명하기 위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동물이 탄생하기 이전 지구상에는 수많은 박테리아가 존재하고 있었고 동물의 조상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동물은 박테리아를 보다 효율적으로 포식할 수 있게 다양한 진화를 해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동물의 진화 한복판에는 박테리아가 존재했다는 설명이다.

동물 진화와 박테리아의 관계에서 주목할 만한 건 박테리아가 고대 단세포 생물의 다세포화를 유발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또 동물과 박테리아의 관계가 초기 동물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박테리아는 오징어 기관 성장에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동물 면역체계 성숙을 위한 물질이기도 하며 포유류 뇌 등을 형성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박테리아는 또 흰개미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의 소화에 필수적 요소이기도 하다. 동물의 진화와 박테리아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는 여전히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연구에 따른 추정을 해본다면 박테리아가 다세포 생물 탄생의 열쇠가 될 것은 분명하다. 관련 내용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 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