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에 ‘사용자경험(UX) 챙기기’가 확산되고 있다. 애플 iOS에서 시작된 사용자 경험 중시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거쳐 세계 전자업계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소니가 이달 CEO 직속 전담 부서를 신설한데 이어 관련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계는 UX 강화에 적극적이다. 2009년 애플 iOS가 몰고 온 ‘UX 충격’ 이후 스마트폰은 물론 TV 등 제품 전반에 UX를 강조한다. LG전자는 지난해 미국 인증기관 UL로부터 자사 스마트TV의 음성·동작인식 기능을 인증받았고, 스마트TV 운용체계(OS) 웹OS는 차별화된 UX로 LG전자가 강조하는 ‘시장 선도’의 중심에 있다. 실제 웹OS의 UX는 매직모션리모컨을 이용한 직관적인 UX라는 평가로 사용이 편리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1989년부터 운영 중인 전담 연구조직 라이프소프트리서치연구소(LSR, 현 LSR·UX연구소)의 영향도 컸다.
삼성전자도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가 겸임하는 디자인경영센터를 중심으로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UX 전문가를 상시 채용하며 자체 UX 인재풀을 확보하고, 관련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올해 초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UX 부문 수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 업계도 ‘차별화된 UX’ 챙기기에 분주하다. LG전자가 포함된 ‘스마트TV 얼라이언스 컨소시엄’에 참여 중인 일본 도시바, 샤프, 파나소닉과 TP비전(옛 필립스 TV사업부) 등은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내놓으며 앱 개발자들이 혁신적인 UX 개발에 참여하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최근에는 리모컨, 셋톱박스 등 TV 주변기기도 편리한 사용을 위한 UX 혁신 경쟁도 이루어지고 있다.
소니는 지난 9월 1일자로 단행한 조직개편과 인사에서 ‘UX·상품 전략·영업 및 마케팅 플랫폼’을 새로 설치해 UX 강화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 부서에는 사내에 흩어져있던 브랜드 전략부, UX·상품 전략 본부, 글로벌 영업 및 마케팅 본부가 이관된다. 비즈니스 디벨로먼트(사업 개발) 플랫폼도 흡수해 소니그룹 상품 기획의 컨트롤타워로 키웠다.
주목되는 점은 조직 구성이다. ‘소니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히라이 가즈오 사장이 플랫폼 총괄을 직접 맡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월 CES에서 공개된 공간 활용 중심의 새 UX 철학 ‘라이프 스페이스 UX’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히라이 CEO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대신 사람들이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삶에 통합하는 방식을 바꾸고자 한다”며 소니의 UX 전략을 소개했다. 소니는 이 자리에서 4K 초단초점 프로젝터, 스피커 내장 전구 스피커 등 새 UX가 반영된 전략 제품들을 내놓으며 소니의 미래가 ‘라이프 스페이스 UX’에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