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판매 독점 구조 환경도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국내 전기차 보급이 시작된 지 4년이 넘었지만 아직 민간 충전인프라 사업자는 단 한곳도 나오지 못했다. 당장 전기차용 충전인프라를 구축하더라도 전력 재판매가 허용되지 않아 소비자 대상의 과금 부과 자체가 어렵다. 이 때문에 사업화가 힘들다는 게 충전인프라 사업을 추진 중인 업계 공통된 불만이다.
최근 한국전력이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충전기를 구축한 사례는 있지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유료 서비스 사업자가 나온 건 처음이다. 업계는 한전의 충전인프라 시장 진출을 걱정하는 눈치다. 전력 독점 판매 사업자의 가격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전력판매 독점 구조에서는 전력소비의 효율화를 꾀할 수 없는데다, 한전의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 진출 역시 독점 체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전기차 분야의 전기요금 체계도 문제다. 실제 사용과 상관없이 전기자동차 충전기를 보유한 것만으로 연간 수백만원의 전기 요금이 부과된다. 충전기 설치에 별도의 한전 설비가 투입된 데 따른 전기요금 정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활성화 정책과는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보급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와 전력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한전 전기차용 전기요금정책에 따르면 20분 전후에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기(50㎾급)를 아파트·주택에 설치하면 사용과 상관없이 매월 12만9000원의 기본요금이 부과된다.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가 한 대도 없더라도 급속충전기가 설치됐다면 연간 155만원의 전기요금을 입주민 모두가 공동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100가구 아파트 단지에 급속 충전기 두 대를 설치하면 연간 전기요금은 최소 310만원이다. 결국 가구당 연간 3만1000원가량을 내는 셈이다.
국내 전기차 수는 전국을 통틀어 2000대 수준인 데 비해 2015년 전후 완공되는 신규아파트에만 수백기의 급속충전기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사가 전기차 이용 활성화를 고려해 미리 충전기를 구축했지만, 전기차를 운영하는 가정은 찾기 힘든 상황에서 막대한 전기요금을 내야 하게 됐다”며 “신규 아파트의 충전인프라 구축이 크게 늘고 있어 전력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