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성공을 돕는 문제상황 탈출법]<35>원하는 협상 이끌려면 첫 제안에 강하게 나가라.

`에임하이` 전략은 합리적 근거에 바탕할 때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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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상승으로 납품단가를 10%나 올리겠다는 거래처 말을 들은 A사장. 원자재값 평균 상승률이 4% 정도인데 10%는 무리다. 하지만 품질만 놓고 본다면 이만한 업체가 없기에 무조건 반대할 수만도 없다. 다만 평균 상승률인 4%가 최상이지만 서로 양보한다면 7%까지는 수용할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A 사장은 어떤 제안으로 협상을 시작해야 할까?

당신이 A사장이라면 다음 중 어떻게 제안하겠는가. 첫째, 강하게 1%를 주장한 뒤 5% 수준에서 합의되도록 유도한다. 둘째, 원자재값 평균상승률인 4%를 부른 뒤 7% 합의를 이끌어낸다. 셋째, 최종 합의 결과로 예상되는 7%를 부른 뒤 끝까지 버틴다.

3번으로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협상에서 나의 마지노선을 처음부터 상대에게 드러낸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처음 제안을 할 때는 오히려 강하게 나가는 것이 좋다. 이러한 강한 선제공격을 협상에서는 ‘에임하이(Aim High)’라고 한다.

에임하이의 효과로는 우선 앵커링(Anchoring)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앵커링은 우리말로 ‘닻 내리기’로,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듯 협상에서 제일 처음 제시된 정보가 판단기준이 될 때가 많음을 의미한다. 이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대방의 판단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재정 악화 때문에 2년간 동결한 연방공무원의 연봉을 또다시 동결해야 했다. 연방공무원들의 심한 반발이 예상되자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올해도 경기가 좋지 않아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연방공무원의 연봉을 5% 삭감하려고 한다.” 2년간 동결된 연봉으로 불만이 많았는데 심지어 연봉을 삭감한다는 말까지 나오자 연방공무원들은 심하게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다가 2주 후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말했다.

“밤새워 고민한 결과, 연방공무원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대신 다른 방안을 계속 고민해보겠다. 모두 여기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이 말을 들은 연방공무원들은 환호했다. 연봉 삭감이라는 에임하이로 연방공무원들의 마음에 앵커링을 걸어 연봉 동결이라는 원하던 결과를 끌어낸 것이다.

에임하이의 두 번째 효과는 ‘설득의 심리학’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가 말한 ‘일보 후퇴, 이보 전진’이다. 치알디니 교수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참가 캠페인 실험을 벌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이번 주말에 자원봉사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부탁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선약이나 다른 핑계로 봉사활동 참여에 거절했다.

다른 무리에는 다른 방법을 썼다. 먼저 “8주 동안 주말마다 자원봉사를 해달라”고 말했고, 대부분이 거절했다. 이때 다시 “그럼 이번 주말 딱 한 번만 봉사활동을 해줄 수는 없는가”라고 물었더니 순순히 응해주는 사람의 비율이 높았다.

보통 상대방이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면, 사람들은 처음부터 최소한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방식으로는 상대의 승낙을 얻기 어렵다. 오히려 처음부터 상대가 거절할 것이 확실할 만큼 강한 요구를 한 다음, 상대가 거절할 때보다 더 작은 요구를 하면 상대는 거절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작은 요구를 받아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므로 협상에서의 첫 제안은 상대가 거절할 만큼 강하게 에임하이를 하고 난 후에 양보해야 한다.

문제 상황으로 되돌아 가보자. 첫 제안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번이다. 먼저 강하게 4%를 제시함으로써 내 의지를 보여주고, 동시에 상대에게 앵커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상대에게 먼저 양보해주면 상대도 양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바로 에임하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1번이 답이 될 수 없는 이유는 1%라는 숫자에 합리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단가인상률을 4%로 주장했을 때는 원자재값의 평균 상승률이라는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었지만 근거 없이 무조건 1%를 주장했다가는 상대방이 아예 거래를 끊자고 나올 수 있다. 첫 제안은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에임하이를 하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자.

공동기획: 전자신문·IGM창조비즈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