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업계, 글로벌 ‘합종연횡 가속화’...국내 업체들도 합세

장기 불황으로 글로벌 발광다이오드(LED) 업체들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생존 전략이다.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LED 업체들과 협력하기 대열에 적극 합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도가 어려운 중소 LED 업체들은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LED 조명 업체 크리(Cree)가 대만의 렉스타와 광범위한 협력 체제를 맺었다. LED 패키지 전문업체였던 크리는 지난 2011년 미국의 루드라이팅을 인수하면서 막강한 영업력을 갖춘 글로벌 LED 조명 업체로 거듭났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IHS의 발표에 따르면 크리는 전 세계 LED 패키지 매출액 순위에서 6위를 기록했다.

크리는 렉스타에 8300만달러를 투자하며 전 방위적인 협력을 맺었다. 양사는 장기간 LED 칩 공급 계약도 했다. 고출력 LED 칩 시장에서 우세한 크리가 저출력 범용 LED 시장의 강자인 렉스타와 손을 잡으면서 양사 모두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크리가 더욱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제품들을 공격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경쟁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글로벌 조명 업체까지 이들의 협력 소식에 바짝 긴장했다”고 말했다.

일본 도시바는 이에 앞서 미국의 브룩지룩스의 실리콘사업부를 인수합병했다. 도시바는 브룩지룩스와 공동으로 갈륨나이트 온 실리콘(GaN on Sil) 기반 LED 칩 개발에 나섰다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업부를 인수했다. 갈륨나이트 온 실리콘은 기존 사파이어 대비 30% 이상 원가절감 효과가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반도체가 중국 최대 발광다이오드(LED) 업체 사난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합작법인을 통해 저출력 범용 LED 칩을 공급받고, 서울반도체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출력 제품 생산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우리이앤엘은 글로벌 조명업체 독일 오스람과 지난해 LED 기술 관련 특허 라이선스를 체결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LED도 연초 중국 업체와의 협력으로 ‘반값 LED’ 제품을 출시했다.

최근 들어 LED 업체들 간 협력이 활발히 전개되는 데는 제품 과잉 공급에 따른 심각한 재고 누적과 가격 폭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선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이런 관점에서 ‘합심’하고 있다.

반면에 글로벌 업체들과 손잡을 여력이 없는 국내 중소 LED 업체들은 국내 대기업들과의 상생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외 판로 개척이나 해외 프로젝트 추진에 공동으로 나서기 위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면서 “1~2년 내 LED 시장 구도가 크게 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