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가 미국 제너럴 일레트릭(GE) 가전사업부를 33억 달러(약 3조 3000억원)에 인수했다고 현지시간 8일 발표했다. 추진 6년 만에 성사된 이번 인수합병(M&A)으로 일렉트로룩스는 미국 가전 점유율 1위를 넘볼 수 있게 됐다. 세계 가전업계의 판도 변화도 주목된다.
일렉트로룩스는 GE 가전사업부 인수로 일약 미국 내 1위 가전사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기준 ‘일렉트로룩스+GE’ 합병법인 26.5%, 월풀 25.6%로 1, 2위를 다투기 때문이다. 미국 매출 규모도 일렉트로룩스 159억 달러, GE 가전사업부 57억 달러로 2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월풀은 지난해 18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GE 브랜드는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렉트로룩스는 프리미엄 이하 중형급 냉장고에 GE 브랜드를 사용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GE와 30년 간 제조합작벤처를 운영해 온 멕시코 가전사 마베의 보유지분 48.4%도 인수하며 미국을 포함한 북미 시장 공략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연구개발(R&D), 유통 등에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일렉트로룩스는 연간 3억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도 기대된다. 이에 힘입어 이날 일렉트로룩스 주가는 스웨덴 스톡홀름 증권시장에서 5일 종가대비 6% 상승해 마감하기도 했다.
키이스 맥로린 일렉트로룩스 CEO는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렉트로룩스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라며 “사업 전략과 산업 구조에 맞는 적절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번 M&A로 세계 가전업계에는 각각 유럽과 미국 대표 가전인 일렉트로룩스와 월풀 간 상대진영 공략이 가시화가 예상된다. 월풀이 지난 7월 이탈리아 가전업체 인데싯을 10억 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정 반대로 100년 전통의 미국 가전 자존심 GE가 유럽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GE 가전사업부 매출의 90% 이상은 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 나와 일렉트로룩스로서는 북미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일렉트로룩스+GE’ 합병법인과 월풀이라는 양 대 가전사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을 양분하면서 이들 시장을 공략하려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아시아 출신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새로운 입지 구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로모니터 기준 미국 시장 점유율(일렉트로룩스·GE 통합법인 포함)은 3위 LG전자 6.9%, 8위 삼성전자 2.3%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TV에 이은 2015년 가전 세계 1등”을 외치며 프리미엄 브랜드 ‘셰프컬렉션’이 미국 1200개 매장에 입점했고, 지난주에는 유럽향 모델 ‘유러피언 셰프컬렉션’을 선보였다. LG전자도 프리미엄 주방가전 브랜드 ‘LG스튜디오’를 올해 미국에 이어 내년 유럽에 출시하는 등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 두 회사는 당초 GE 가전사업부의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