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콘 대신 NFC 선택한 애플, NFC 후방산업 생태계 구축 움직임

애플 페이 서비스
애플 페이 서비스

애플이 아이폰6에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채택하면서 후방 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NFC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안테나·소재·단말기 제조업체뿐 아니라 생체인식·결제 서비스 업계까지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뒤늦게 NFC 기능을 채택한 애플이 기존 안드로이드 진영을 뛰어넘어 독자적인 NFC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지 주목됐다.

애플은 지난 아이폰6 공개 행사 자리에서 ‘지갑, 네가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문구를 내걸고 전자결제 서비스 ‘애플 페이’를 공개했다.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탑재해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동안 애플은 NFC 대신 블루투스 기반 비콘(Beacon)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NFC의 손을 들었다. 이미 유통 업계에 NFC 인프라가 보급돼 당장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애플이 NFC를 채택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중국 시장이다. 중국 소비자는 대중교통 이용 시 스마트폰으로 지불하는 것을 선호한다. 아이폰6가 NFC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애플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비자·마스터카드 등 주요 신용카드 브랜드와 손잡고 오는 10월 애플페이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애플페이로 우버·오픈테이블·그루폰·맥도널드 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은 신용카드 회사뿐 아니라 대형 은행과도 제휴를 맺어 향후 미국 전체 결제 시장에서 이용 가능한 비중을 80% 이상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당장 직접 수혜를 보는 곳은 NFC 안테나·칩·단말기·소프트웨어(SW) 업계다. 8억명의 iOS 가입자 수를 보유한 애플이 NFC를 채택한 만큼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NFC 서비스 개발에 소극적이던 안드로이드 진영 업체들도 다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지문 등 생체 인식 관련 업체들도 직간접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NFC 시장 성장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은 보안 문제 탓이다. 애플은 생체인식 기술로 NFC의 보안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애플 페이는 거래 정보를 아이폰에 저장하지 않고 패스북에 저장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차단했다. 결제 시 기기 고유번호(Device Account Number)로 카드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방어하고, 지문 인식으로 또 한 번 본인 인증을 한다. 휴대폰을 잃어버릴 경우에는 분실 모드(Lost mode)를 설정해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는다.

스마트폰에 NFC 채택 비중이 높아지면 모바일 결제 외 다른 영역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린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파일을 전송하고 출력할 수 있는 서비스는 지금 기술로도 충분히 상업화할 수 있다. 일부 식품업체들은 NFC 라벨이 붙어 있는 제품에 스마트폰을 대면 영양 성분과 열량 관련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애플 덕분에 NFC가 다시 스마트폰 마케팅 포인트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차별화된 아이디어만 있다면 하드웨어 업체뿐 아니라 SW·시스템·콘텐츠 업체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