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개방된 플랫폼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가전부문 모 임원이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과 관련해 언급한 말이다. 삼성전자가 꿈꾸는 미래의 가정 ‘삼성 스마트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나 iOS가 아닌 독자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에서 타이젠을 강력히 끌고 가려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분야 산업의 지배적 사업자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대표는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에 이어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한 IFA 2014에서도 삼성이 주도하는 스마트홈을 강조했다. TV·가전·모바일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가 미래 스마트홈을 주도할 수 있는 만큼 업계의 적극적인 동참도 요청했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사장도 IFA 2014에서 개최한 스마트홈 설명회에서 삼성과 타사 제품·서비스가 연계되는 개방형 ‘스마트홈 플랫폼(SHP)’ 개발 계획을 공개하는 등 스마트홈 산업의 주도적 사업자 의지를 확인했다.
CE부문에서는 타이젠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기존에 출시한 TV 등에 자체 OS를 채택했기 때문에 타이젠이라는 자체 플랫폼이 부담이 크지 않다. 오히려 막대한 인력이 투입됐고 HTML5로 개발돼 개방성이 우수하다는 측면에서는 시너지 요인이 크다.
게다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점도 작용한다. TV는 8년 연속 시장 1위 사업자고 올해 들어서도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가전에서도 내년 1등을 목표로 달리고 있으며 크게 흔들림이 없는 상태다.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을 기반으로 확고한 자신만의 플랫폼을 구축하기는 했지만 TV와 가전제품에서는 시장을 주도할 경쟁력이 없다는 점도 이 같은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타이젠에서 안드로이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앱)과의 호환성을 기술로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며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단순히 타이젠만의 생태계가 아닌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개발된 앱을 끌어안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삼성이 강조하는 개방형 생태계와도 맥을 같이하며 초기 앱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흐름을 볼 때 삼성전자가 기존 모바일 중심의 타이젠 확산 전략에서 TV·가전에서 타이젠을 채택한 후 모바일로 확대하려는 방향 선회의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 타이젠 전략의 성패 여부는 여전히 업계의 동참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는 개발자회의 등에서 지속적으로 타이젠을 알리고 있고 업계의 동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인텔 등과 구성한 OIC(Open Interconnect Consortium)도 이의 일환이다.
삼성전자 TV담당 한 임원은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타이젠 개발자회의 직후 “개발자들의 관심이 스마트폰에서 TV로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바일 기반 앱 개발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TV 등 대화면에 특화한 앱 개발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생활가전·조명·도어록·가구 등과 연계되는 스마트홈 구현을 위한 앱 개발에서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을 갖고 가려는 삼성의 노력은 분명 의미가 있다. 스마트홈에서 플랫폼을 가져가겠다는 의지와 함께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플랫폼을 갖고 간다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관건은 구글·애플과 같은 모바일에서 주도권을 쥔 사업자들의 견제다. 이들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모바일에 이어 스마트홈에서도 주도적 사업자를 꿈꾸고 있다. 삼성이 이들의 견제를 극복하고 타이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업계 설득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수다.
정광수 광운대 전자통신공학과 교수(스마트TV포럼 운영위원장)는 “아직 타이젠 컨소시엄 자체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TV와 가전 분야에서 개발자를 포함한 업계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낸다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