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전력이 발주한 ‘기계식 전력량계’에 이어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에서도 담합을 적발했다.
이번에 적발된 10여개 업체는 한전 입찰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매년 실시하는 AMI 보급 사업에도 참여 중인 기업들이다. 스마트그리드 AMI분야의 주요 업체라는 얘기다.
그런데 국가 계약법상 담합이 적발된 기업들은 관련 사업 참여가 제한돼 향후 국가 인프라 구축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계 입찰 비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전 AMI 사업에서 발주처와 업체 간 입찰 비리 의혹으로 최근 3년간 두 차례나 감사원 감사를 받았고 이번 공정위 담합 적발까지 유사 사건은 끝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과징금 처벌에만 급급할 뿐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한전의 최저가입찰방식은 해마다 최소 1% 이상 낮은 가격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년의 납품 계약금액을 금년의 입찰금액 기준으로 정하기 때문에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1%라도 낮게 해서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실제 2010년 처음 적용된 전자식전력양계(E타입)의 입찰가는 2010년 2만1528원에서 2012년 1만6746원으로 2년 만에 20% 가량 떨어졌다. 매년 오르는 물가와 인건비를 반영하면 손실은 불가피하다.
업체들이 입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담합은 물론 합작회사를 만들거나 외주업체까지 활용해 입찰에 응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한 기업에서 개발·생산한 제품으로 다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담합은 분명 범죄행위다. 업계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기술개발이나 제품 경쟁력 강화에 앞서 최저가입찰제도에서 오는 부작용은 어쩔 수 없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담합이나 입찰비리를 적발해 과징금과 패널티 부과에만 몰두하지 말고 이들 업체가 담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파악해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