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가동 앞둔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가다

19년 만에 용지 선정이 이뤄진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지난 6월 준공을 앞두고 갑작스레 연기됐다. 인·허가에 신중을 기한다는 게 정부 측 이유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에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이미 해결된 단층이나 지하수 존재 여부를 새삼 들고 나왔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하역동굴 전경.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하역동굴 전경.

지난 11일 안전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중저준위 방폐장을 찾았다. 방폐장은 경주 시내에서 바다 쪽으로 난 산 속에 들어섰다. 핵심 시설은 지하에 묻혔으니 겉만 봐서는 연구기관 정도다.

먼저 위쪽에 자리한 인수저장시설을 찾았다. 중저준위 방폐물이 처분장으로 가기 전 검사를 받는 곳이다. 혹시 모를 방사성 물질 누출을 차단하기 위해 83㎝ 두께의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쌌다. 내부 문을 열 때마다 바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방사선 외부 누축을 막기 위해 안쪽 압력을 낮춘 것이다.

2층에 올라 저장고 안을 들여다보니 방폐물의 상징인 노란색 드럼이 빼곡히 쌓였다. 드럼 안에는 원전에서 쓰인 장갑이나 옷가지가 들어있다. 지난 2010년 12월 24일 울진원전에서 갖고 온 첫 방폐물 1000드럼과 월성에서 추가로 빼온 1536드럼으로 이미 검사를 끝냈다. 검사 후 16개씩 처분용기에 넣어 처분장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눈앞에 방폐물이 있지만 방사선량은 평균 시간당 1마이크로시버트(μ㏜) 정도로 자연 방사선 수준이다. 엑스레이 검사 때 시간당 200마이크로시버트 정도의 방사선량이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미미하다.

방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를 타고 1분 남짓 가니 산 중턱에 커다란 동굴 입구가 입을 벌리고 섰다. 해수면 보다 30m 높은 곳에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때 해일 높이가 최대 14m였던 점을 감안해 두 배 높이에 구멍을 뚫은 것이다. 신분 확인을 마치고 차량으로 동굴을 따라 1.4㎞가량 이동했다. 해수면보다 80m 아래에 있으니 입구부터는 무려 110m나 밑으로 내려간 셈이다.

운영 동굴 끝에 다다르자 정면으로 거대한 동굴이 거대한 격납고처럼 뚫려 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다. 동굴 양쪽으로 3개씩 총 6개의 길이 나 있고 그 끝에 처분장소인 사일로가 들어섰다.

오른쪽 첫 번째에 있는 사일로로 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돔 천장으로 된 캡슐 형태의 사일로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50m다. 화강암을 일일이 깨뜨려 사일로를 만들었다. 로봇 태권V가 정비라도 하고 있어야 어울릴 법한 규모다.

바닥을 내려다보려 가까이 다가갔더니 비상벨이 켜진다. 안전을 고려한 조치다. 별 수 없이 CCTV로 바닥을 보니 네모난 점 같은 게 눈에 띈다. 방폐물 저장용기 고정 장치다. 흔들림 방지를 위해 홈을 파놓은 것이다.

방폐물 저장용기는 두 개의 대형 크레인이 레일 위를 오가며 바닥부터 쌓는다. 사일로 하나당 1만6700개씩 총 10만개의 드럼이 들어간다. 사일로 하나가 찰 때마다 자갈로 빈 곳을 채우고 시멘트로 입구마저 막는다. 하나의 거대한 암반이 되는 것이다. 암반이 갈라져 땅 위로 솟을 정도의 지진이 일어나야만 원전에서 쓰인 옷가지들이 외부로 누출되는 셈이다.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층은 기우였다. 사실 우리나라 전체는 단층으로 돼 있다. 산이나 길이 난 곳 모두가 단층으로 이해하면 쉽다. 문제는 단층이 지진 우려가 있는 활동성이나 활성이냐는 것이다. 한데 해당 지역은 50만년 전에 딱 한번 지진이 일어났던 비활성 단층이다. 설사 지진이 일어나도 진도 6.5까지는 문제없다. 지난달 400명가량의 사망·실종자를 낸 중국 윈난 지진이 진도 6.5다.

지하수 문제도 해결했다. 단단한 화강암을 깨고 볼트로 고정한 후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최대 40㎝ 두께의 콘크리트를 덧대고 방수시트까지 부착했다. 내외부 온도 차가 심했지만 내벽은 물기 하나 없다. 바닥까지 방수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은 지하수가 하부로만 흐르게 하기 위해서다. 하루 1300톤가량의 지하수를 외부로 뽑아낸다. 일일 최대 4700톤까지 처리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고 원자력환경공단 측은 설명했다.

경주=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