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부터 웨어러블기기의 등장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IT 기상도는 업계의 인사 풍속도 바꾸고 있다. 업체 기술 등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혀 다른 분야의 노하우를 얻기 위해 외부 담당자를 영입하는 등 분야 간 융합 움직임이 눈에 띈다. 다른 분야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업계 화두가 되고 있는 콜라보레이션의 연장이라는 해석이다.
아이폰,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IT 업계뿐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생활까지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애플은 가장 발빠르게 다른 분야에서 주요 인물들을 영입하고 있다.
애플은 명품 패션 브랜드 인사 채용을 확대했다. IT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같은 분야지만 명품 브랜드의 유통관리부터 향후 웨어러블기기 시장이 커질 것을 대비해 패션 분야의 노하우를 접목하려는 노력이다.
회사는 지난해 애플스토어 등 유통 전략 강화를 위해 패션 브랜드 버버리의 안젤라 아렌츠 최고경영자(CEO)를 끌어들였다. 그는 지난 2006년 취임 이후 5년간 주가를 186% 끌어올리며 위기에 처한 버버리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 애플의 행보에 업계는 의아해하면서도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현재 애플 총괄부사장으로 소매유통을 책임진다. 버버리에서의 노하우를 접목하며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제품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애플은 또 다른 패션브랜드 입생로랑(YSL)의 CEO와 유럽 사장까지 끌어 안았다. 폴 드뇌브 전 YSL CEO는 애플의 스페셜프로젝트팀을 이끌기 시작하며 유럽 패션유통 부문을 총괄하던 카뜨린느 모니에 전 YSL 유럽 사장 역시 해당 프로젝트팀에 합류했다. 스페셜프로젝트팀은 미래 웨어러블기기 적용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애플과 함께 세계 IT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구글 역시 웨어러블기기 전략 강화를 위해 디자이너 출신 마케팅 전문가를 임명했다. IT 분야 경험이 전혀 없지만 패션 분야에서의 경험을 새롭게 개척 중인 제품군 ‘구글 글라스’ 사업 전략에 녹이겠다는 판단이다. 회사는 이미 레이밴 등 주요 안경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룩소티카와 손잡고 디자인 개발을 진행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선봉장 페이스북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업계 1위 페이팔의 데이비드 마커스 전 CEO를 새 모바일메시징 사업 책임자로 영입했다.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겨냥해 메시징 앱과 모바일 결제를 결합해 광고 이외의 새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다. 업계는 기존 페이스북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메시징 시스템과 모바일 결제 분야의 노하우가 결합돼 협력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