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가 ‘기술금융’에 눈을 돌린다. ‘창조경제’를 국정 어젠다로 삼은 현 정부의 독려도 있지만 한계에 부딪혀 있는 금융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성장분야를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첫째로 손꼽을 만큼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인 토양을 갖고 있다. 담보대출, 보증대출이 주를 이룬다. 공격적이고 진취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머물러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기업과 국민이 필요한 자금을 제 때에, 제 곳에 융통시켜 주지 못한다. 고객에게 위험을 전가하다보니 채무불이행자, 신용불량자, 부실기업을 양산하는 형국에 이르렀다.
박근혜정부는 금융권의 이런 행태를 ‘보신주의’라고 못박았다. 마치 정치적인 ‘프레임 논쟁’ 같지만 이 같은 행태를 깨부수려면 어쩔 수 없이 펼치는 강공책으로 보인다. 기술금융, IP금융, 창조금융 등 신조어가 생겨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금융권이 만들어 내는 신조어들이 ‘한철 메뚜기떼’ 같다는 것이다. 정권 어젠다에 맞춰 모양만 그럴 듯하게 만들어 놓고 실제적인 후속 대책을 갖추거나 체질 혁신은 뒷전인 행태를 매번 반복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명박(MB)정부 시절 ‘녹색금융’이다. 글로벌 협력 펀드까지 만들겠다며 떠들썩했던 녹색금융은 현 정부 들어서 관련 상품을 눈을 씻고 쳐다봐도 보이질 않는다.
새 키워드로 떠오른 기술금융도 녹색금융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그러나 기술금융을 한 때 유행으로 보내버리기에는 현 경제상황이나 기업환경이 녹록지 않다.
저성장 기조로 돌아선 경제산업계를 독려하고 창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낼 수 있는 본원적인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기술을 구분하고 평가할 전문가의 눈과 미래를 보고 장기투자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경영난에 따른 구조조정에 비금융사의 시장 침입까지 직면한 금융권이 살아남을 길이기도 하다. 기술금융은 속도전보다 전문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