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2-새로운 기회, 창조]해외로 눈 돌리는 증권사...`아시아 허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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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의 해외시장 진출은 느리지만 계속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희망은 있다. 아직 진행형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해외점포 수는 70여개, 진출 국가는 17개다. 정보기술(IT) 강국의 위력도 금융업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키움증권의 인도네시아 법인 내부 전경 (자료:키움증권)
키움증권의 인도네시아 법인 내부 전경 (자료:키움증권)

반경은 넓어졌다. 이달 기준 증권사·자산운용사가 진출한 나라는 미국·영국·중국·캐나다·호주·홍콩·인도·대만을 비롯해 싱가포르·베트남·브라질·캄보디아·카자흐스탄·몽골·인도네시아 등지에 이른다. KDB대우·한국투자·우리투자·미래에셋증권 등 몸집 큰 증권사에 키움증권 등 기술력으로 무장한 온라인 증권사도 가세했다.

세계를 휘어잡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DNA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무늬뿐인 해외 진출’에서 ‘실질적 허브’로

초기 증권업의 해외 진출은 ‘학습 과정’이라 해도 무방하다. 뉴욕·런던·도쿄 등지에 리서치 기능의 사무실을 열어 미국·영국과 일본의 선진 금융시장·상품을 배우고 따랐다. 증권업 글로벌화의 궁극적 목표점인 ‘해외 상품의 해외 판매’는 요원했다. 실패도 적지 않았다.

최근 수 년간 진전이 생겼다. 국내 금융상품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서 더 나아가 해외 상품을 국내에 들여오고 해외 상품을 현지에서 직접 판매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글로벌 제조업 브랜드를 가진 삼성증권도 철수하고 돌아온 곳에서 ‘칠전팔기(七顚八起)’ 한국의 금융 브랜드가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KDB대우증권·한국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직접 설립 혹은 인수합병(M&A), 현지 금융사와의 양해각서(MOU) 교환 등 방식은 다양하다.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2010년 베트남 현지 증권사 EPS증권을 인수해 사명을 ‘KIS베트남(지분 92.3%)’으로 바꾸고 철저한 현지화를 시도했다. 올해 인도네시아 현지 사무소 설립도 앞뒀다. 중국에는 ‘전요우 투자자문사’를 세워 육성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사무소는 내년 본격적으로 사업기회를 모색한다”며 “KIS베트남은 2016년까지 현지 5대 증권사로 키울 것이며 전요우(眞友) 투자자문사는 범중화권 시장 공략 본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부터 동남아 개척에 주력해온 KDB대우증권도 대표 주자다. 홍콩과 싱가포르 현지법인에 이어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 최대 온라인 증권사 이트레이딩증권의 지분율을 80%까지 끌어올려 현지 법인화했다. 지난해 5월에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국내 증권사 최초로 현지법인을 세웠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법인을 현지 선두 증권사로 도약시킬 것”이라며 “몽골 법인은 몽골개발은행과 자원, IB 업무, 상품 소싱을 활용하고 다양한 사업을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의 해외사업 간판은 ‘아시아 기반 지역 대표 주자로 도약’ 이다. 2012년 홍콩현지법인에 1억달러 규모 증자를 실시하고 글로벌 트레이딩 센터(GTC)를 설립하는 등 채권 업무 역량을 강화해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인도·베트남 IB사업과 2008년 세운 싱가포르 헤지펀드 운용사도 전략적으로 키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해외 법인 각 사업 부문의 본사 공조를 늘리고 글로벌 사업 관리시스템을 강화해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종합 증권사로 발돋움한 홍콩법인에 이어 2010년 아시아 증권사 최초로 브라질 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IT’ 더해진 해외진출 가속도

국내 증권사의 해외 진출에 높은 수준의 IT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싱가포르 이트레이딩증권 인수와 함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IT DNA를 심어 2006년 0.7~0.8%에 불과했던 현지 시장 점유율을 현재 3.6%까지 높였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20%를 차지한다.

미래에셋증권도 브라질법인 설립 이후 IT를 접목시켰다. 현지에서 운영한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활용해 온라인 브로커리지 고객 층을 넓혀 시장을 다졌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한국의 IT 역량과 자본시장 노하우를 결집해 브라질 국내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증권사 키움증권도 IT 강점을 십분 활용해 해외 현지 시장 입지를 확대했다. 2011년 ‘키움증권 인도네시아’ 출범과 함께 국내에서 운영했던 HTS 영웅문의 기술을 접목한 신규 HTS ‘히어로(Hero)’를 가동하고 이듬해 MTS를 잇따라 개시했다. 편리하고 사용하기 쉬운 거래 시스템으로 국내에서 성공한 온라인 브로커리지 전략을 인도네시아 현지에 맞춰 펼치면서 개인 투자자 저변을 넓혔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영웅문의 기술력과 현지 투자환경 분석에 바탕을 두고 개발했다”며 “투자자에게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와 차트 기능, 주문 속도도 개선시켰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월 평균 거래액이 1조루피아(약 930억원)을 돌파했으며 47억루피아(약 4억5000만원)의 흑자를 냈다. 40위권에 자리한 인도네시아 법인을 현지 증권사 10위권 내에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다. 주식매매·중개는 물론이고 기업금융과 자산운용업까지 뻗어있다.

우리투자증권도 인도네시아 우리코린도(Korindo)증권 리테일 브로커리지 영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2년 HTS ‘윈프로’를 포함한 온라인 시스템 신규 투자를 늘려 온라인 주식 거래 시장 경쟁력을 높였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접목해 업무 영역을 다변화하고 IB 데스크를 설립해 현지기업 채권중개, 자금조달 부문에서 성과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해외 법인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현재로서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며 “한때 미약했지만 세계 1등이 된 반도체, TV 산업이 그랬듯 10~20년이 걸릴지 모르는 세계화는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표]국내 증권사의 해외 점포 현황

(자료: 금융감독원)

[표]국내 증권사의 해외 진출 현황

◆이름 없던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진출

2007년 1월 설립된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은 종합 증권사로서 현지 기관투자자들에 국내 주식형펀드 판매와 브로커리지 업무를 하고 있다. 같은 해 7월 세워진 글로벌리서치센터는 2011년 5월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선정한 국내 기업 유일 우수 리서치팀으로 선정됐다. 홍콩, 베트남, 중국, 미국, 브라질에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북경사무소도 진출해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해외 진출은 위험 관리의 연장이기도 하지만 새 성장모델을 찾는 노력”이라며 “국내에 안주하기보다 성장과 투자 기회가 있는 해외로 나가야 하며 단기적 손익 부담에도 장기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의 상품을 발굴해 국내 투자자에 공급하기 위한 ‘자산 찾기’가 궁극적 목표다.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만큼 ‘선(先)운용, 후(後)증권’ 전략을 수립하고 운용사가 먼저 진출해 브랜드를 확립한 지역에 증권사가 후속으로 진출해 시너지를 높였다.

200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브라질법인 설립에 이어 2010년 미래에셋증권의 브라질시장 진출 건이 대표적인 예다. 이 브라질 법인은 위탁매매업무를 비롯해 IB업무와 자기매매에 이르는 종합 증권사 업무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대만, 미국, 브라질, 영국, 인도, 홍콩에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다양한 투자기회가 존재할 뿐더러 해외법인과 협력해 투자기회의 잠재된 위험 요소와 수익을 분석해야 한다”며 “금융 상품화를 한 이후에는 국내 투자자에 기회를 제공하고 수익률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까지 전체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해외사업에서 확보하겠다는 장기 계획도 있다.

◆이름값 못한 삼성의 증권업 해외 진출

2012년 초 삼성증권은 2009년 진출한 홍콩법인의 인력을 일거에 축소하는 철수를 결정했다. 같은 해 말 삼성자산운용 싱가포르 법인 문도 닫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말 청산했다.

홍콩 법인의 철수 배경은 악화된 수익 구조였다. 3년간 누적 손실은 1억1000만달러에 달했고 현지에서 스카웃한 100여명의 고연봉 임금구조를 넘어서지 못했다. 삼성자산운용 싱가포르 법인 청산도 매년 20억원가량 지속된 적자 릴레이 때문이다.

돈을 벌지 못한 아시아 금융 허브국 ‘홍콩’과 ‘싱가포르’ 진출은 3년과 4년이란 시간 만에 각각 무너졌다. 수익성 압박에 쫓겨 강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글로벌 금융사와 차별화 실적도 내지 못했다. ‘한국 금융업의 해외진출에는 3개년 플랜이 있다’는 우스개 소리만 증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확보된 ‘삼성’ 브랜드를 갖고도 제조업 마인드로 접근해 단기에 성과에 못내자 물러난 사례”라며 “3~4년은 선진 해외 금융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기 턱도 없는 시간”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글로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도 되지 않는다. 다양한 자산 투자로 국내 투자 일변도의 포트폴리오를 재분배해야 하는 사업적 관점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실은 막대하다.

그 이후 삼성증권의 해외 진출은 사실상 멈춰 있다. 해외 진출 축소 이후 크게 확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현재 기준 앞으로 계획도 결정되지 않았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네트워크는 단순히 비용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유무형의 자산이자 네트워크”라며 “세계를 제패했지만 샤오미 등 신흥 강자의 위협을 받는 삼성전자와 달리 ‘도전’ 조차 맥이 없었던 금융계열사의 해외 진출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창간 32주년 특집2-새로운 기회, 창조]해외로 눈 돌리는 증권사...`아시아 허브` 노린다

[창간 32주년 특집2-새로운 기회, 창조]해외로 눈 돌리는 증권사...`아시아 허브` 노린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