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2-새로운 기회, 창조]작은 학교, 디지털 기술이 키운 큰 꿈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에 자리 잡은 신례초등학교는 전교생이 79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다. 지난해 한 해에만 육지에서 10명이나 전학을 왔지만 여전히 한 학년마다 한 개의 학급만이 존재한다. 교사가 8명이라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10명(9.9명)이 되지 않아 이는 전국 평균인 19.2명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전교생이 참여하는 시집 ‘저, 여기 있어요’를 발간했던 신례초는 최근 이를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전자동시집으로 새롭게 출판해 화제를 모았다.

신례초등학교 선생님의 디지털 교과서 시연 모습
신례초등학교 선생님의 디지털 교과서 시연 모습

신례초는 전체 학급 6개 수준의 작은 학교지만 스마트교육정책연구학교로 선정되면서 전교생이 태블릿PC를 가지고 하루 한 시간은 스마트 교육 수업을 받는다. 이는 스마트 교육 시범도시로 손꼽히는 행정수도 세종시에서도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신례초는 읍면 지역의 작은 학교였기 때문에 전교생에게 스마트 교육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었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스마트 교육을 지원하는 지역과 사람의 힘이 더해졌다.

안재근 신례초 교장은 “학생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연간 지원하는 예산이 읍면 작은 학교는 1200만원, 큰 학교는 800만원 수준”이라며 “읍면 지역은 대도시에 비해 문화적 체험이나 교육 서비스가 부족한데 스마트 교육은 이를 보완할 수 있고 활용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안 교장은 기존에 인터넷 포털로 정보 검색만 하던 교사들도 스마트 교육을 도입하면서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교육으로 인한 변화는 학생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 학교 고영준 교사와 오유지 교사는 지난 6월 진행된 창의적 IT 교육을 보여주는 ‘스마트 에듀데이’ 행사에서도 학생과 함께 성공적 시범수업을 선보였다.

젊은 교사답게 수업은 PC와 태블릿PC를 오가며 최신 앱 활용법을 선보이는 등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뤘다. 초등학교 4학년 과학과에 나오는 화산과 지진 수업이 전자칠판과 스마트패드, 구글 맵스를 활용해 진행됐다. 6학년 수학 수업에서는 원주율과 원의 넓이 수업을 다이어그램 앱 ‘카쿠(Cacoo)’와 학습용 앱 ‘스크래치’를 활용해 진행했다.

지난해 제주도는 스마트 교육 기반 구축 사업으로 도내 160여개 초중등학교에 무선인터넷이 깔리고 스마트클래스가 만들어졌다. 인프라나 하드웨어 보급사업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교사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 교육이었다. 도내 모든 초중등 교사들이 스마트 IT교육 연수를 받았다.

안 교장은 “현장 수업을 어떻게 이끌어갈 지는 교사 개인의 자율 문제라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는 문제”라며 “서책과 교재에 얽매이지 않는 개방적이고 지속적인 교사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스마트 세상에 나갈 아이들인데 미리부터 철저하게 교육하고 연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