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2-새로운 기회, 창조]골치 아픈 봉제 문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는 낙하산 봉제만 담당하는 전문가가 있다고 한다. 우주왕복선이 착륙할 때 낙하산을 펼쳐야 하는데, 봉제 불량은 곧 우주선 추락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천의무봉(天衣無縫·하늘의 옷에는 바느질 자국이 없다)이라는 말도 있지만, 봉제산업 역사가 160년이 넘도록 아직껏 봉제를 위해선 사람이 직접 재봉틀을 돌려야 한다. 사람에 의한 실수, 즉 ‘휴먼 에러(Human error)’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자동차 산업의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다.

위에서 설명했듯 재봉틀의 기본 원리는 윗실과 아랫 실(밑실)이 매듭을 짓는 것이다. 그런데 재봉틀의 기계적 한계로 밑실은 무한 공급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밑실이 얼마나 남았는지, 언제 소진되는지 정확히 알려주는 기술이 미덥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밑실이 바닥난 것도 모르고 재봉틀 작업을 마무리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일반 섬유제품에서도 문제지만, 자동차에서 이 같은 실수는 치명적이다. 밑실이 없다는 것은 매듭이 지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전혀 고정이 안 되는 것. 안전벨트가 풀리고 에어백 바람이 구멍난 풍선처럼 빠져나가는 원인이다. 광저우 혼다는 2009년 중국에서 어코드 9400여대를 리콜했는데, 에어백 봉합 강도가 충분하지 않아 정상적으로 전개돼도 찢어질 가능성이 있는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밑실이 바닥난 것을 작업 도중 발견해도 문제다. 이 경우 보통 밑실이 바닥난 곳보다 앞선 지점에서 새로운 박음질을 시작한다. 이중박음질이 되는 것이다. 사이드 에어백은 시트 안에 들어있는데, 이중박음질이 되면 사이드 에어백이 시트를 뚫고 나오지 못하거나 늦게 나오도록 방해한다. 지난해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현대차 티뷰론 사이드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약 159억원의 배상 판결이 나온 사건도 에어백 충돌감지센서 문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사실은 봉제 문제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