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봉제 기술 ‘닥터 소잉’을 개발한 조훈식 아이젠글로벌 사장은 원래 봉제 산업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소프트웨어(SW) 개발자였다. 전산학을 전공하고 부산의 한 신발 제조업체 전산실에 근무했다.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2000년대 초. 설계정보 전산화 회사를 차린 뒤 신규 사업 아이템을 찾아 헤매던 중 우연히 누군가를 돕게 된다. 그런데 그 사람이 밑실 소진 감지장치를 개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 사장은 “그 분의 기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까지 IT업계에 종사한 역량을 동원해 나만의 기술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애인단체에서 가르쳤던 SW 디버그(오류 수정작업) 기술과 전산실 근무 시절 익힌 바코드 기술을 결합해야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2006년 개발을 시작해 불과 1년여 만에 기본기술을 완성했다. 2007년 독일 전시회에 출품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라는 호평을 받는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속적인 기술 개선을 시도한다. 올해 초까지 약 8년 동안 45억여원을 투자해 8번의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쳤다. 사장실 한 켠에 야전침대를 두고 밤잠을 설친 집념의 세월이었다. 지금은 그의 기술을 알아본 다수의 세계적 기업과 기술사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위기도 많았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2007년 벌어진 ‘기술유출시도 사건’이다. 퇴사를 코앞에 둔 직원이 일본 업체에 기술을 빼돌리려다가 실패한 것.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가 사전에 유출징후를 감지하고 이를 차단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