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새로운 융합, 협업]'IT+금융' 접근 쉽고 사용 편리…지구촌 곳곳에서 눈독

영국 바클레이은행은 지난달 72페이지 짜리 ‘미래로 가는 디지털 로드맵(digital roadmap to the future)’ 보고서를 내놨다. 세계 전자결제 산업이 2025년까지 격변을 맞을 것이며 비싸고 유연하지 않은 전통적 기업의 설 자리는 갈수록 없어질 것이라는 게 골자다.

[창간 32주년- 새로운 융합, 협업]'IT+금융' 접근 쉽고 사용 편리…지구촌 곳곳에서 눈독

IT와 금융의 경계가 무너진다. 기존 확보한 사용자 기반에 일상적 친근함, 편리하고 빈번한 사용, 저렴한 수수료가 더해진 IT업체의 금융서비스는 전통 금융산업의 틀과 아성을 동시에 깨뜨리고 있다. 구글·페이스북·트위터·텐센트·알리바바 등 세계 굴지의 IT기업이 금융·결제 사업에 진출하면서 서비스 모델도 초를 다투며 진화를 거듭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모바일 기기·전자상거래 등 출신 업종 구분은 이미 의미를 잃었다.

◇‘금융+IT서비스’ 결제부터 송금·대출까지

바클레이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구글 월렛을 비롯한 새로운 디지털 결제 방식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선결 과제로 수립하기 시작했다. 비자카드는 ‘브이미(V.me) 월렛’을 내놨고, 마스타카드는 웨스턴유니온 같은 선불결제업체와 손잡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게임 시장에 진출했다. IT기업의 적극적 공세에 위기감은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아일랜드에서 ‘전자화폐 취급기관’ 자격을 인정받아 유럽에서 금융서비스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유럽 송금서비스와 연계해 이주 노동자의 송금환 거래가 많은 개발도상국까지 확대 중이다. 캐나다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로열뱅크 오브 캐나다 앱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송금할 수 있다.

구글은 영국에서 ‘전자화폐 취급기관’, ‘모바일 결제’ 사업 권한을 얻었다. 구글 월렛으로 송금과 펀드투자까지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지메일의 ‘어태치 머니(attach money)’ 기능으로 직접 송금도 한다.

아마존도 킨들 태블릿PC를 이용한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 시장에 진출했다. ‘아마존 로컬 레지스터’다. 스마트폰 앱과 ‘신용카드 리더기’를 이용해 모바일 기기로 오프라인 상점에서도 결제할 수 있다. 수수료가 결제 서비스 ‘스퀘어’나 ‘페이팔’보다 낮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애플이다. 아이비콘(iBeacon)과 터치아이디 지문인식 기능을 활용한 iOS 기반 결제 서비스를 내놓는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와 함께 아이폰을 이용한 근거리통신(NFC) 결제기술을 개발했다. ‘페이-바이-터치(Pay-by-touch)’라고 불린다. 애플은 아이폰6 기반 NFC 결제서비스를 위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비자, 마스터카드와도 손잡았다.

IDC에 따르면 모바일 결제 시장은 5년 내 1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두터운 사용자 층과 자금력에 기술까지 더한 ‘中國’

은행, 증권, 자산운용 역할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중국 IT기업의 기세가 등등다. IT기업의 금융 서비스 진출에 있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그룹 알리바바가 대표주자다. 지난 3월 기준 알리바바의 결제 자회사 알리페이 평균 결제금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하며 소액 대출까지 가능하다. 알리바바의 자산운용 기반 금융상품 ‘위어바오’는 온라인 재테크 상품 머니마켓펀드(MMF)를 판매하며 세계 MMF 4위다. 연 6%의 이율을 보장해 중국 은행 평균치인 3%의 두배에 달한다. 스마트폰 택시 서비스 ‘콰이디다처’와 손잡고 알리페이로 택시비를 결제할 수도 있다. 이어 인터넷 은행 설립을 앞두고 있다. 지난 달 위셩파 알리바바 퓨처 마이크로파이낸서서비스그룹 부사장은 “인터넷 은행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에 서류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지난 7월 말 국영은행과 동일한 업무가 가능한 중국 최초 민영은행 ‘위뱅크(Webank)’ 설립 인가를 받았다. 텐센트의 위력은 가입자가 6억명이 넘는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가입자 8억명이 넘는 PC·모바일용 ‘QQ메신저’를 이용해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결제와 송금이 가능한 ‘텐페이’ 서비스도 대표적이다. 텐페이 결제 후 잔액을 운용하는 MMF도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 1월 출시해 이미 9조원 수탁고를 자랑한다. 7%의 이율을 보장한다. 스마트폰 택시 서비스 ‘디디다처’와 위챗을 연동해 모바일 뱅킹으로 은행계좌로 택시요금을 낼 수 있게 했다.

◇국내 서비스도 출격...‘뱅크월렛 카카오’ 이달 출시

카카오는 국내 14개 은행과 제휴해 전자지갑에 충전된 현금으로 송금과 소액결제를 할 수 있는 전자금융 서비스를 이달부터 제공한다.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고 은행계좌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하루 최대 50만원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송금은 하루 최대 10만원까지다. 전자지갑에 충전된 돈은 온오프라인 제휴 가맹점에서 하루 최대 30만원까지 쓸 수 있다. NFC 기반 자동화기기(ATM)에서도 출금할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신용카드 정보, 유효기간, 카드비밀번호와 결제비밀번호를 등록해 쇼핑몰에서 상품 구매 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이후 언제든 결제가 가능하다. 이 점이 위력이다.

카카오톡이 지급결제에서 더 나아가 텐센트나 알리바바처럼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면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4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1억4000만 명을 넘고 국내 가입자 수도 3700만명을 넘어서는 메신저 사용자 기반이 만만찮다.

지난달 네이버는 일본 최대 인터넷 금융회사 SBI와 손잡았다. 카카오의 송금 서비스를 경계하는 움직임이다. 국경과 업종의 담장을 넘는 서비스의 지속 출현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네이버는 SNS ‘밴드’ 기반 송금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밴드 속 모임 회비를 참석자 수에 맞춰 나누는 ‘N빵 계산기’에 소액 송금이 가능한 결제 서비스 링크를 붙이는 식이다. 아직 확정된 바 없고 알려진 바 대로라면 간접적 서비스 연결이지만 국내 SNS 기업의 결제 서비스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만큼은 분명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결제·송금 서비스 접목 가능성을 타진하고자하는 IT기업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이어서 나올 새로운 서비스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는 지금 ‘핀테크’ 열풍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는 IT를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뜻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영국을 중심으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뒷받침하면서 다양한 스타트업이 확산되고 있다. 결제, 송금, 자산관리, 크라우드펀딩 등 금융업종도 다양하며 기존 금융기업과 차별적인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기술력이 접목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금융사도 참여한 공동 연구소를 설립해 핀테크 기업을 적극 후원하고 있으며 인큐베이터·엑셀러레이터가 활동하면서 창업과 육성을 위해 활발한 지원을 펼친다. 영국 트랜스퍼와이즈, 아지모, 모니테크놀로지 등 기업이 대표적이며 주로 송금, 외환거래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인터넷을 이용해 사용자간 직접 연결이 가능케 하고 사용은 간단하게 하면서 비용은 줄인다는 점에서 사용자는 점차 늘고 있다. 런던을 세계 핀테크 산업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국가적 목표가 시동 중이다.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액 투자자 투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 투자도 확대 중이다. 지난해 영국 내 크라우드 펀딩 투자 금액은 2800만 파운드를 넘어섰다. P2P 서비스도 확산되고 있다. 대출자와 차입자가 기존 금융권 대비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다. 영국 조파(Zopa)가 대표적이다.

미국 핀테크 기업 성장도 빠르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핀테크 기업 투자 규모는 9억2800만 달러로 세계의 32%를 차지했다.

세계 각국 금융기업의 핀테크 기업 육성도 적극적이다. HSBC는 2억 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 계획을 내놨으며 영국 바클레이은행은 10개 기업을 선정해 투자금 등을 지원한다. 미국 4위 은행 웰스파고도 ‘파이낸셜 테크놀러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3개 기업을 선정해 지원키로 했다. 비핀 사니 웰스파고 혁신·연구·개발그룹 대표는 “기술만이 우리를 경쟁사들과 차별화 시켜줄 동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도 지난달 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8개의 핀테크 기업을 선정해 홍콩 소재 ‘2014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 아시아퍼시픽(FinTech Innovation Lab Asia-Pacific)’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해외 금융사는 ‘인터넷 금융’ 속속

IT기업의 금융서비스 진출에 맞서는 금융업계의 온라인 진출도 활발하다. 단순히 홈페이지나 모바일 채널을 만드는 데서 더 나아가 온라인에 특화된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전문 기업체를 운영하는 식이다. 수수료는 낮추고 편의성은 높여 전통 금융 시장의 맥을 이어갈 새 영역 창출에 한창이다.

미국·일본 등지 해외 금융업계가 IT를 이용한 금융 서비스 진출에도 한창이다. ‘인터넷 전문 은행’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서는 미쯔비시도쿄UFJ 은행과 일본 이동통신사 KDDI가 손잡고 공동 투자해 설립한 모바일 전문 은행 ‘지분 뱅크(Jibun Bank)’가 운영되고 있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이 세운 ‘라쿠텐 은행’도 대표적이다. 2001년 세워진 라쿠텐 은행은 1조1050억 엔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75억엔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자 결제 산업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인터넷 은행산업은 최근 10년간 연 평균 3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현지 최대 은행 BNP파리바가 지난해 세운 모바일 전문 은행 ‘헬로뱅크(Hello Bank)’가 영업에 돌입했으며 독일 등지 유럽 지역에 진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아톰 뱅크(Atom Bank)’ 란 온라인 은행이 출현을 앞두고 있다. 지점이 한 개도 없다. 모바일과 디지털 채널만 이용해 예금계좌 개설, 일반대출, 모기지 대출 등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프트웨어 기업과 협력을 통해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하고 금액에 따라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을 청구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어 수십개 은행이 유사한 형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자산관리업을 확장하는 미국 증권사 찰스스왑도 대표적이다. 스탠다드차터드은행도 빼놓을 수 없으며 아프리카 등지 신흥국가로 인터넷 뱅킹 서비스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온라인 전문 브랜드를 운영하는 메릴린치도 인터넷 채널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약 1500명 이상의 컨설턴트를 동원한 자문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11년 설립된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반 투자 자문회사 ‘웰스프론트(Wealthfront)’도 선진 모델 중 하나다. 구글·페이스북·트위터 출신 엔지니어가 합류해 투자일임서비스를 주로 제공한다. IT 기반의 알고리즘을 강점으로 맞춤형 자산배분 서비스와 상품 선정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해외 금융사의 IT 기반 서비스 진출 사례 / 자료: 우리금융경영연구소>


해외 금융사의 IT 기반 서비스 진출 사례 / 자료: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국내외 IT기업의 금융업 진출 사례 / 자료: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국내외 IT기업의 금융업 진출 사례 / 자료: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