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파크 현황 및 미래 진단 전문가 좌담회]지역혁신 거점으로 뿌리내려..."예산축소 아쉽다"

전국 각 권역에 테크노파크(TP)가 만들어진 지 만 16년이 지났다. 지난 1998년 인천·경기·대구·경북·광주·충남 등 6곳이 처음 문을 연 이후 현재 18곳으로 늘었다. 전국 18개 TP는 기술·장비·마케팅·인력 등 기업이 필요한 것들을 적절히 지원하며 기업 성장의 든든한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박근혜정부 들어 지역산업 육성 패러다임이 중앙에서 지역으로 바뀜에 따라 그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또 내년에는 지난 6년간 진행해 온 최대 지역산업 지원책인 광역선도사업이 폐지되는 등 지역산업 정책도 크게 바뀐다. TP를 관할하는 산업부 역시 ‘산업기술단지 지원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해 TP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등 TP에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기업 성장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온 TP가 새로운 갈림길에 선 것이다. 이에 전자신문은 TP원장, 지역산업 전문 교수, 기업인, 정부 정책 담당자 등을 초청해 TP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 등을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테크노파크 현황 및 미래 진단 전문가 좌담회]지역혁신 거점으로 뿌리내려..."예산축소 아쉽다"

◆참석자

△김성진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정책관

△김학민 순천향대 교수

△송재근 유콘시스템 사장

△유동국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장

△최윤기 산업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 소장

△사회 : 이완식 전자신문 지역총국장

◇사회(이완식 전자신문 지역총국장)=TP 역사가 17년이나 된다. 먼저 그동안의 TP 공과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 해보자.

◇김성진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정책관=1998년 TP 조성 추진 후 그간 18개 TP가 설립되었고 태동·확대 및 착근을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지원이 이뤄졌다. 그간 지원을 토대로 TP는 재정·인력·인프라 측면에서 외형적으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 내에서 지역혁신거점 기능과 기술혁신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지역별 주요 지원기관에서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최윤기 산업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 소장=지역산업정책이 본격화된 1990년대 후반부터 TP가 지역산업정책의 지역 실행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초기에는 지역 혁신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관리하는 기능에 국한됐으나 이후 기업을 종합 지원하는 기능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기획기능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TP가 단순히 산업부의 지역산업정책에 국한되기보다 다른 부처의 지역사업을 함께 수행하는 범부처적 사업 수행 기능이 필요하다.

◇김학민 순천향대 교수=TP가 지역 혁신 허브 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면서 시스템, 인력, 그리고 프로그램이 가동되는 기업육성 생태계가 형성됐다. 전국 18개 TP에 80여개 특화센터가 운영되면서 1800여명의 전문인력이 혁신인재로 활동하고 있다. 첨단장비 지원과 기술개발 사업화 등 기업지원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프로그램을 이처럼 짧은 기간에 구축한 나라는 많지 않다. 앞으로는 TP에서 출발한 기업이 연매출 1조원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견기업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송재근 유콘시스템 사장=지역적 연고가 없는 대전에서 TP와 같은 지원기관이 없었다면 사업적 기반 마련과 성장을 하는데 어려웠을 것이다. 창업 초기부터 사무실과 같은 공간적 지원은 물론이고 전시회, 장비 특히 개발 지원 등 업체가 자생해 성장하도록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지원으로 유콘시스템은 내년부터 전 군에 배치되는 400억원대의 소형무인항공기 양산사업을 직접 수주하게 됐다.

◇사회=박근혜정부 들어 지역정책과 지역 산업 지원책이 중앙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각 지역과 TP에는 어떤 변화가 있고 예상되나.

◇유동국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장=TP는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중간점에 놓여있다. 초기는 산업부 근처, 현재는 중간 미들 플레이어로 내려오지 않았나 싶다. 일관성, 투명성, 방향성이 분명하지 않으면 성과내기 싶지 않다. 투명하게 운영하는 과정에서 아직도 여전히 산업부의 가이드가 중요한 것 같다. 지자체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최윤기=향후 지역 중심의 정책 추진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TP의 역할과 기능도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산업정책의 지역 주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자체 지역 사업을 기획,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TP내 정책기획단 인원으로는 요구되는 역할을 수행하기가 힘들어 보인다. 실제 전략산업 선정과 같은 큰 부분의 기획에서는 많은 역할을 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사업 프로그램 기획 부분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이러한 사업 프로그램 기획은 단기적으로 수행하기보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모색하고 구상해야 한다.

◇사회=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우리나라 산업 발전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어한다. 우리나라 TP의 수출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김성진= 한국형 TP는 각 수행 주체간의 합의와 협력, 지역별 통합예산운영 및 관리, 법령에 의한 운영 보장, 지역 간 경쟁 유도와 중앙 관리, 사업화·생산 기능 강화 등 기존 과학기술단지(STP)와 차별적인 운영상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아랍에미리트·태국에 운영지원 및 국제협력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베트남과는 ‘한-베 인큐베이터파크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장비·건물 등 하드웨어 부분만이 아니라 기술이전, 역량강화 등 SW 부문까지 기술력과 노하우를 전수할 방침이다. 이러한 국제협력사업으로 ‘한국형 TP 모델’ 및 ‘한국형 기업육성 모델’의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나아가 TP 및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사회=기업 이야기를 들어보자. 기업 입장에서 TP나 정부 정책에 바라는 것이 있으면 말해 달라.

◇송재근=기업은 항상 미래의 먹거리·신기술을 고민하고 기술개발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업 활동을 감안해 TP에서도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한 지원에만 국한하지 말고 차세대 신동력 산업분야에 대한 지원에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3D 프린터 산업 등과 같은 미래 먹거리 및 신규사업이 보다 확대되고 지원책도 강화됐으면 한다.

◇김성진=앞으로는 지역기업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 수요에 기반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역산업을 육성하려 한다. 시도를 중심으로 시도별 주력산업과 시도간 협력산업을 선정·지원하고, 시군구에서는 연고산업을 육성하도록 할 계획이다. 사업추진 방식도 기술개발 참여기업 및 전·후방 연관 기업에 기술개발, 기술·사업화 지원 등 기업지원서비스를 패키지로 지원하고, 산업 내 가치사슬이 형성돼 기업이 전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사회=기업지원 기관으로 TP 외에 미래부 산하 IT 지원기관인 SW진흥기관과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산업부 산하 중기청, 특허청 등 여럿이 있다. 기업 지원을 보면 목적이 같은데 TP가 이들 기관과 어떤 차별화를 해야 하고 어떤 협력을 해야 할까.

◇최윤기=현재 TP가 자체적인 사업 발굴보다 주어진 지원 프로그램 수행 역할에 중점을 둬 다른 기업 지원기관과의 차별화 및 협력 필요성에 대해 크게 인식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협력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TP의 세부 사업프로그램 기획단계에서 지역 내 다른 지원기관과 사업 중복성을 체크하고, 다른 지원기관이 추진 중인 사업기획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해 상호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TP를 단순히 산업부의 소관 기관으로만 보지 말고 범부처적인 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유동국=TP와 미래부의 IT산업 육성기관 간 사업적 중복성을 최소화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IT산업과 제조산업을 융합해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 점에서 TP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김학민=중앙의 각 부처가 지역에서 자신들의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을 만들고 있다. 이 사업들이 지역에서 칸막이가 되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도 RDA(Regional Development Agency)와 같은 지역경제관련 조정 기관이 필요한데 TP가 그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TP는 그간 각종 지원 경험이 있고 인력이 있다. 원래 취지대로 TP가 지역경제 거점기관의 임무를 부여 받고 업무를 수행하도록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

◇사회=TP 내부 문제를 이야기 해보자. TP가 지역경제와 지역산업 발전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지만 조직원 사기는 높지 않다. TP 조직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동국=TP의 자율권이 침해 받지 않는 범위에서 책임과 권한을 명시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리 감독 한계 설정 등을 통해 지역 거점기관으로 정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김성진=2012년 일부 TP의 부실경영 문제 적발 이후 국정감사 등 지적에 따라 투명성 강화를 위한 혁신방안이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TP 관리·감독 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구성원 사기가 저하된 것으로 생각된다. TP 간 경영평가를 통해 우수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하고, 교육훈련 및 성과사례 발굴·포상을 확대해 TP 조직원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학민=조직은 비전이 있어야 신바람 난다. TP의 제1고객은 기업이다. 기업발전을 위해 TP를 지원하는 산업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등 지원기관은 TP의 제2고객이다. 그러나 제 2고객의 입김이 너무 세면 TP는 위축돼 사업에 전념하기 힘들다. 현재 TP가 정부의 산하기관화돼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사회=TP의 거점 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즉 TP가 지역 대학과 기업 등과 경쟁해 사업을 수주해야하다보니 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기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할까.

△김성진=기존 TP 문제 중 하나로 사업 참여 지원기관이 직접적 기업지원 업무보다는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중개 기능만을 수행한다는 점이 많이 거론됐다. 이에 따라 주체별 역할 재정립을 위해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기업에 직접 지원할 수 있는 형태로 사업을 전환하고, TP 기능도 같은 철학을 가지고 추진 중이다. 따라서 기업지원에 필요한 장비를 보유하고, 다양한 기능 수행 등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TP 본래 기능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찾는 TP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TP가 기업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전문성과 경쟁력을 사전에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수혜자인 지역 기업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 TP는 최종 수혜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자정적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내년 지역산업 변화 중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광역특화사업 폐지다. 비록 예산이 4000억원대에서 2000억원대로 줄었지만 가장 많은 예산을 차지한 사업이었다. 각 지역에서는 지역산업 지원 예산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우려 목소리가 높다.

△유동국=예산이 축소되면 수혜 대상 지역기업이 줄어들어 궁극적으로 고용·매출·수출이 침체되는 등 지역경제가 급격히 무기력해질 우려가 있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R&D역량 불균형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 및 지자체 예산의 중복투자를 줄이고 투입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지역별 정책 수단 분석이 필요하다.

◇김성진=해마다 지역산업육성사업 예산이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혁신 역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과 비수도권 연구개발(R&D) 역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역산업육성사업의 지속적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중견·중소기업의 기술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적절한 수준의 기업지원이 필요하다. 지역산업육성사업은 수차례 대통령과 지역 주민이 약속한 것으로, 정책적 일관성이 필요하다. 예산이 삭감되면 지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우려된다.

◇김학민=지역산업은 모든 국가의 중요한 정책과제인데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지역산업정책을 들고 나온다. 그 결과 기존 정책과 사업이 흔들리고, 한 정권에서 새로 시작한 사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폐기되는 악순환을 갖고 있다. 각 지역에서 각자의 특성에 맞게 정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지난 17년간 지역에서 TP가 전문성을 갖고 지역산업발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가장 경쟁력 있는 기관이라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사회=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TP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해 자유스럽게 한마디씩 해달라.

◇김학민=정부는 지역 혁신주체들이 공동으로 학습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상호작용과 혁신을 통해 지역의 역동적인 산업발전을 이루도록 지원해야 한다. TP가 지역혁신 거점 기관으로서 누적적이고 지속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에서의 혁신 활동의 총합이 국가혁신체계를 만들 것이다.

◇최윤기=앞으로 중앙정부의 산업정책에서 지역산업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처 간 단절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각종 정책 프로그램이 통합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향후 TP가 범부처적인 지역 사업 거점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재근=중기청 등 다른 부처의 기업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특히 TP의 지원프로그램은 몸에 와 닿아 느낄 정도로 기업의 기술 발전 및 성장에 직접 관련돼 있다. 이제 어느 정도 성장기에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TP의 성공적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다. 일부 주변에서는 기업지원 성과가 없다는 회의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는 잘못된 평가다. TP 조직의 적극적인 활동과 역할을 기대한다.

정리=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