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1-새로운 융합, 협업]통신 기술, 어떻게 진화하나

통신업체들이 ICT에 대한 비전을 만들기 시작한 건 늘어나는 데이터를 감당하고 실시간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통신망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유선망은 이미 초당 1GB를 전송할 수 있는 인프라 투자에 나섰다. KT·LG유플러스·CJ헬로비전 등은 기가캠퍼스, 기가시티 등 시범서비스에 이어 상용망 가입자까지 모집하고 있다.

이동통신망은 올해 4세대(4G) 롱텀에벌루션(LTE) 주파수를 3개 묶은 3밴드 캐리어애그리게이션(CA) 서비스가 시작된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는 225Gbps로 LTE 주파수 대역폭 10㎒가 구현할 수 있는 최고 속도 75Mbps보다 3배 빠르다. LTE는 이론상 광대역 주파수 20㎒를 다섯개까지 묶을 수 있다. 이 때 신호 송수신 속도는 750Gbps에 달한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3밴드 CA로도 현재 데이터 용량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며 “내년부터 당분간은 대규모 투자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데이터 이용량은 점점 증가하고 있고 사물인터넷(IoT) 도입이 활발해지면 4G 이동통신망도 한계에 이르를 수 있다. 이때를 대비해 5G에 관한 표준 논의가 한창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는 5G가 무엇인지 내년 중순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각국이 제안한 주요 기술 목표는 기지국(셀)당 권역 한계지점(엣지)의 이동통신 속도가 1Gbps, 중심부 최고 속도는 100Gbps 등이다. 4G보다 100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4G 주파수 난개발이 업계의 골칫거리가 되면서 5G 지원 주파수 대역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한국은 26㎓ 등 초고주파(밀리미터웨이브) 대역을 이용할 것을 제안했지만 중국 등 이견을 보이는 나라도 있다.

IoT 통신 규격은 블루투스·와이파이·지그비·전자태그(RFID)·근거리무선통신(NFC)에 이어 최근 Z웨이브·웨이트레스·비콘 등을 쓰는 업체도 늘고 있다. 차량용 통신인 WAVE 등 산업별로 특화된 통신 규격도 존재한다.

IoT 통신 규격이 산업별·업체별로 제각각 쓰이고 있어 일원화 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AT&T, 스프린트, 에릭슨, 시스코, 화웨이, 퀄컴, 알카텔-루슨트, 인텔 등 전세계 220여개 업체와 표준화기구가 참여하는 ‘원M2M(oneM2M)’은 지난달 원M2M 제 12차 기술총회에서 ‘원M2M 릴리즈1.0’을 승인했다. 릴리즈1.0은 산업직군간 연간 요구사항, 아키텍처, 프로토콜, 보안, 단말관리, 시맨틱 추상화 등 9개 기술규격을 확정했다. 원M2M 표준 논의가 순항해 최종 기술 규격이 확정되면 다양한 이동통신망을 채택한 산업이나 기기간 연동이 가능해 IoT 기술 활용도가 대폭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TTA 관계자는 “당분간 여러 가지 무선통신 프로토콜이 공존하겠지만 원M2M이 성공을 거둘 경우 시장을 지배하는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장비개발사·전자제품 업계 할 것 없이 여러 규격을 놓고 눈치를 보고 있다”며 “원M2M이 성공할 경우 통합이 이뤄지고 그렇지 않으면 합종연횡을 통해 주도적인 규격이 출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