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삼성, 밀월관계 시작되나

대구시와 삼성전자가 15일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소원했던 관계가 복원될 지 관심이 모아졌다.

양측은 이날 삼성그룹 창업지인 옛 제일모직 부지에 대구창조경제단지를 조성하고, 창조경제혁센센터에 청년벤처를 지원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는 등 벤처창업활성화에 협력하기로 하는 MOU를 교환했다.

제일모직 부지 4만1930m²에 조성되는 대구창조경제단지에는 초기 스타트업과 청년벤처기업 등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스타트업지원센터, SOHO오피스, 예술창작센터 등 창조경제시설이 들어선다.

대구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삼성 SW교육 지원프로그램을 지역 초중고, 대학에 확대 지원할 방침이다. 기술공모전과 인턴십을 통한 창의인재 발굴에 협력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에는 대구특화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삼성-대구시-금융권은 200억원 규모의 벤처창업지원펀드를 조성한다. 펀드는 초기창업기업의 자금을 해결하고 삼성벤처투자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 투자창구를 설치, 사업화 공모 시 후원자와 투자자로 참여한다.

청년벤처 붐 조성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 삼성의 크리에이티브랩을 구축,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기기 테스트와 인증 및 멘토링, 첨단 IT기기 신모델 체험, 공동 연구개발(R&D) 추진 등 우수기술을 보유한 청년벤처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대구시는 MOU를 계기로 대구에 세계적인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선도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삼성도 이번 MOU로 제일모직 터를 창조경제의 중심이자 삼성의 창업지라는 의미를 내포한 곳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MOU를 교환한 15일은 제일모직 창립 60주년 기념일로 양측의 불편한 관계를 씻어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삼성은 1990년 초 삼성자동차부지로 부산을 선택해 대구 지역민의 분노를 샀다. 차선책으로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상용차 공장을 가동했지만 2000년 퇴출되고 말았다. 자동차 사업 명목으로 대구시로부터 각종 지원혜택을 제공받았지만 상용차 사업을 포기하면서 지역민의 반발을 샀다. 당시 지역에서는 삼성불매운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2011년 삼성전자는 일본 스미토모화학과 합작해 성서에 대구 첫 대기업인 SSLM을 설립했지만 지난해 손을 떼고 말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SSLM 보유 지분 30.1%를 스미토모화학에 매각했다. 2011년 이후 삼성의 잇따른 지역 투자 불발로 지역민의 불만이 고조됐다.

이 같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MOU 교환에 지역민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이뤄진 MOU 교환이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는 “삼성과 대구가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창업지 대구에서 창조경제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