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한국산 모듈 주의보’가 내려졌다. 중국산 태양전지(셀), 모듈이 우리나라를 우회해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태양광무역협회(STA)는 중국 셀을 사용해 제3국에서 제조한 모듈을 구입할 때 원산지 확인 절차를 강화할 것을 최근 홈페이지에서 회원사에 당부했다. EU가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셀과 모듈을 제3국으로 우회, 원산지를 불법 변경해 관세를 회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지난해 12월부터 태양광 모듈 가격을 1와트(W)당 0.56유로 이상으로 수출하는 중국기업 121개에 반덤핑·반보조금 관세 부과를 2년간 유예하고 이보다 낮은 가격에 모듈을 판매하는 기업 제품은 47.7~64.9%의 반덤핑·반보조금 관세 부과하기로 했다.
STA는 원산지 표시 규정 위반 제품을 구입한 기업은 벌금 납부, 회피 관세 소급 적용 등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한국, 말레이시아산 모듈에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한국을 중국 태양광 제품 우회 수출 지역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는 최근 국내 중소 모듈 제조업체의 해외 수출량 증가가 배경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셀 제조업체는 4개 기업에 불과한 반면에 모듈 제조기업은 업계 추산으로 50여개에 달한다. 대다수가 가격이 낮은 중국산 셀을 사용한다. 더욱이 이들 기업은 해외 수출시 관행상 한국산으로 원산지를 표기해 왔다.
과거 수출물량이 적었지만 최근 유럽, 미국 등 주요 태양광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문제 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관세청은 원산지 표기 위반 혐의로 국내 모 태양광 모듈 제조 기업을 적발했다.
앞서 중국 태양광 제품 우회국으로 낙인 찍혀 미국으로부터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은 대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만은 중국산 태양광 제품 최대 우회지역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대만산 태양광 제품에도 최고 44%의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태양광 기업 관계자는 “최근 일부 기업이 과거 관행대로 원산지 표기에 대한 경각심 없이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한국이 중국 제품 우회지역으로 인식돼 주요 시장에서 반덤핑 관세를 적용받으면 순수 국산 제품으로 수출에 나서는 기업을 포함한 업계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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