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55인치 OLED TV, 2013년 4월 곡면 OLED TV, 2014년 8월 초고화질(UHD) OLED TV. LG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들이다. 화질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쟁사들은 아직 기술적 완성도 부족 등으로 과감히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LG는 세계 최초라는 자부심에 UHD OLED를 ‘울트라(UHD) 올레드(OLED)’라고 부르며 시장을 뚫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유럽 최대의 가전전시회인 독일 ‘IFA 2014’에서 미래의 집인 ‘스마트홈’을 공개했다. 현관 도어록을 여는 순간 등록된 가족 스마트폰에 전달하고 유무선 인터넷이 연결된 IP카메라로 집 안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다. 가족이 집 가까이 다가가면 스마트폰이 위치를 인식, 에어컨과 거실 조명이 자동으로 켜진다.
LG OLED TV, 삼성 스마트홈 모두 두 회사가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분야다. 과거 꿈꿔왔던 미래 기술이 구현 가능한 수준에 다다르자 적극 시장 창출에 나섰다. 경쟁사에 앞서 초기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선 것이다. 많은 기업이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지만 초기 상당한 시장을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성공한 기업가들은 공통적으로 “남들에 앞서 기회를 잡는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꼽는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서비스로 시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인규 LG전자 TV사업담당 전무는 OLED TV에 과감히 투자하는 배경으로 “LCD TV는 이미 중국이 많이 따라와 LCD TV로 미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기술과 서버스에 만족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서는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김한얼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기업도 경쟁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기업·기술을 자신의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미래에 전개될 상황을 감지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신이 최고라고 안주했다가는 곧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도전을 경시해서는 안 되고 경쟁사 또는 후발, 신생 업체의 도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증기선 등장이 예로 꼽힌다. 바로 범선이 몰락했을 것으로 알려지지만 실제로는 증기선 등장 이후에도 범선 시대는 100년 이상 더 지속됐다. 범선을 만들던 업체들은 이 때문에 경계를 하지 않았고 이는 증기선 시대 도래와 함께 범선 업계가 밀려나는 이유가 됐다. 카메라업체 코닥 역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일찍 개발하고도 아날로그 필름에 비해 열등하다고 보고 등한시 했다가 위기에 빠진 경우다.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꾸준하면서도 과감한 도전 자세가 중요하다. 한번 출시 후 문제점을 개선하고 또한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제품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여야 한다. 고객의 불만과 아쉬운 점이 무엇인지 찾아내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동시에 시장을 만들어가기 위한 철저한 마케팅이 이뤄져야 한다. 좋은 기술과 제품이 나오면 고객이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광고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마케팅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기회를 잡는 데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고객 목소리’다. 과거 벤처 버블 당시 안타까운 사례가 너무 많다. 인터넷이라는 우수한 인프라가 등장한 이후 이를 활용하기 위해 많은 젊은 인재들이 뛰어들었지만 상당수는 실패의 멍에를 썼다. 수도 없이 많은 우수한 기술이 꽃도 피지 못한 채 사라졌다. 아직 고객이 사용할 준비가 안 돼 있거나 효용성이 떨어지는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비용 대비 실익이 적었던 것이 상당수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시장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막대한 투자비가 그대로 손실로 이어졌다.
시장만 열린다면 기회는 무수히 많다. 초기 시장 선점은 물론이고 향후 부가적으로 나타나는 시장까지 주도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지속적으로 먹거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21세기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시장 창출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지 않고 해외시장으로의 확산이 빠르지 않을 때만 해도 시장 창출 중요도가 지금만큼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분야별로 한두 기업만 살아남는 상황이다. 소수만이 새롭게 열리는 시장을 장악하고 그 곳에 열리는 나무의 열매를 독차지한다. 후발주자들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겠지만 동일한 투자를 거쳐야 하고 수익 창출 기회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선점 회사는 다양한 특허로 후발주자의 진입을 견제할 수 있다.
신기술, 신시장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는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매년 수도 없이 많은 특허가 출원되듯이 새로운 기술과 시장은 개발되고 열린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다.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3D프린팅 등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장은 “지난 30년과 비교해 최근 5년의 기술 변화가 진짜 빠르다”고 말했다.
앞으로 변화는 더욱 빨라진다. 3D프린팅 분야 전문가 토드 그림 T.A.그림&어소시에이츠 회장은 “현재 3D프린터 70%가 단순 상품 제작에 활용되고 있고 30%만이 자동차 등 제조업체 생산에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제조업 생산 비중은 70%까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D프린터 자체뿐만 아니라 소재·서비스 등 개선돼야 할 분야가 많고 이는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며 시장이 되는 셈이다.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은 기업 규모 그리고 수출·내수와 관계없이 이어져야 한다. 기회를 잡지 않고 기존의 기술과 서비스로 버티는 곳은 경쟁력이 사라진다. 이는 산업의 정체로 이어지고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회와 시장이 없다는 것은 곧 일자리 축소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노력하는 기업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기술 급변은 곧 정보 전쟁으로 표현된다. 더 빠르게 고급 정보를 확보해 이것을 기업에 맞게 체화할 수 있도록 도와,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무대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회를 잡는다는 것은 곧 자신감으로 나타난다. 세계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는 삼성 스마트홈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미래의 가정은 전자 산업을 키우고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적 효과와 함께 사회 전체에 큰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며 업계에 “우리 함께 혁신의 역사에서 가장 큰 기술의 도약을 이루어 보자”고 제안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