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산업혁명’ 3D 프린터는 별개 공간에서 이뤄지던 제조와 소비를 한 공간으로 묶으며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전망이다. 누구나 제조는 물론 판매까지 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의 상상과 창의의 구현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3D 프린터가 있는 어디서나 가능해지면서 금형을 이용한 전통 제조공정 시절의 재고관리 패러다임도 변화할 전망이다.
◇ ‘3D 프린팅 무한경쟁’에 돌입한 지구촌
이미 세계 각국은 3D 프린터 무한경쟁에 뛰어들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기업들도 3D 프린터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과 올해 CES에서는 3D 프린터가 주요 의제이자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특히 세계 강대국의 움직임이 발 빠르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역점 과제인 제조업 부활의 카드로 3D 프린터를 내세우며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인력과 기업활동 등 인프라 조성 지원책도 많다. 이를 위해 2012년 3월에는 대통령이 직접 3D 프린팅 기술발전을 위한 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8월에는 3D 프린팅 기술발전을 위한 전문 연구기관 ‘NAMII’를 설립했다. 오하이오주와 웨스트 버지니아주를 걸쳐 7000만 달러 규모의 ‘3D 프린팅 테크벨트’도 조성된다.
유럽연합과 유럽 각국은 2020년까지 GDP중 제조업 비중을 현재 16%에서 20%로 늘리기 위해 3D프린팅 기술을 주요 수단으로 설정, 전략 개발과 투자를 논의 중이다. 영국은 정부 산하 기술전략위원회, 연구위원회에 840만 파운드 규모의 3D 프린터 기술분야 18개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지원에 나섰고, 초중등 교육과정에 ‘디자인과 기술’ 과목을 도입해 장비 공공구매를 유도한다. 독일도 응용기술 위탁 연구기관 프라운호퍼를 통해 인공혈관 제조기술 개발을 추진해 2011년 프린팅에 성공한 바 있다.
일본은 3D프린터 산업 본격 육성을 위해 소재부문 기술개발에 5년 간 30억엔을 집중 투자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 5월부터 모래형 소재 및 해당 소재 출력용 프린터 개발에 나섰고, 올해 4월에는 경쟁력 강화방안과 기술로드맵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2조3000억엔 상당의 장비구입 보조금도 각급 학교에 지급한다.
중국은 산학협력 가속화 및 산업표준 제정을 위한 ‘3D 프린팅 기술산업연맹’을 설립해 산학 연계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국가발전 연구계획’과 ‘2014년 국가과학기술 프로젝트 지침’에 3D 프린팅을 포함시켜 4개 프로젝트에 4000만위안을 투자하며, 10개의 3D 프린팅 혁신센터를 구축한다.
이처럼 3D 프린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로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를 꼽는다. 제조의 기본인 시제품 제작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 ‘생산혁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시제품 제작을 직접 하면서 내부 기밀이 유출 염려도 없다. 3D 출력물 디자인 파일 변경 만으로 추가비용 없이 맞춤형 제작이 용이하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일본의 Fabcafe사는 사람 모양의 젤리를 3D 프린터로 생산했고, 캐나다의 핫팝팩토리사는 액세서리를 제작했다. 미국 캔자스 의대는 3D 프린터로 만든 기관지를 이식했고, 미국 올가노보사는 인공 간세포를 제작해 이식했다. 이처럼 다품종 소량생산과 생산 공정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 절감, 환자 맞춤형 의료 서비스에 탁월한 이점에 따라 3D 프린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20년까지 1000만 인력 양성…우리도 ‘3D 프린팅 강국’으로 도약한다
우리 정부도 3D 프린팅 산업 발전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우리 산업에 있어 기회인 동시에 위기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개인과 업계가 3D 프린팅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찾고 그들이 그려왔던 세상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도울 각오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3D 프린팅 산업 발전전략’을 내놓고, 전국의 창조경제타운과 무한상상실을 기반으로 생활밀착형 체험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3D 프린터 접근성을 개선해 누구나 이를 응용한 R&D에 나서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역별로도 3D 프린팅 국민 참여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이디어 사업화와 창업 컨설팅, 인력양성,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3D 프린팅 콘텐츠 유통 플랫폼도 구축한다. 특허와 디자인 등 3D 프린팅에 응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아 거래주선·정보제공·제작연계·지원프로그램 서비스를 한 자리에서 해결하는 ‘3D 프린팅’ 컨트롤타워를 만든다. 문화체육관광부·중소기업청·특허청 등과 함께 창업·해외진출 프로그램을 지원, 국내 3D 프린팅 업계의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나선다. 미래부는 3D 프린팅 산업 육성을 통해 2020년까지 선도기업 5개, 세계시장 점유율 15% 등을 달성해 이 분야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박윤규 미래부 정보통신산업과장은 “누구나 3D 프린팅 환경에 쉽게 접근하도록 인프라를 조성해, 직접 물건을 만들고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6월 ‘3D 프린팅 산업 발전협의회’를 출범하고 범 부처 3D 프린팅 산업육성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협의회는 3D 프린팅산업 진흥을 위해 반기별 1회씩 법 제도 개선사항을 협의하고 대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적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올해 10월까지 국가차원의 중·장기적 연구개발 전략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3D 프린팅 기술경쟁력 확보를 하고자 국내 3D 프린팅 관련 산학연관 연구역량을 결집한다. 기초·원천연구에서 사업화까지 기술성장 전 주기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로드맵을 향후 10년을 목표로 두고, 초기 5년은 세부적인 로드맵 전략 제시, 후반 5년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작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D 프린팅 국내외 시장·기술 동향 분석 및 환경변화에 대한 전망결과를 바탕으로 기술개발 목표 수립과 장비, 소재, 소프트웨어 등 요소기술별 핵심기술을 도출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 ‘창의 메이커스 1000만 교육’을 통해 3D 프린팅 초기시장 창출과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 일반 국민들이 창조경제에 직접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에도 나선다. 기술 체험·교육을 통한 1000만 활용 인력양성이 목표다.
이를 위해 수준·분야별로 세분화한 교육과정을 개발·보급해 초·중·고교생 230만명, 일반인 47만6000명, 예비창업자 4만명, 공무원 13만3000명, 장애인과 새터민, 제대 군인 등 3D 프린터 접근이 어려운 계층 1만5000명 등에게 교육 대상별 필요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이들을 위한 수준별 강사 12만7000명도 양성하고 3D 프린팅 분야 종사자 1200명의 직무역량 강화, 대학과 대학원을 통한 고급인력 양성도 추진될 계획이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이용한 교육관리시스템도 운영해 2020년까지 104만명이 교육 혜택을 받도록 추진한다.
접근성 강화를 위한 무한상상실 내 3D 프린터 설치도 2017년 227개로 늘리며, 일선 학교의 절반인 5900여교에도 3D 프린터가 보급된다. 130여개에 달하는 전국 단위 국민 체험·활용 인프라도 구축해 33만명의 국민이 체험토록 할 계획이다. 무한상상실과 셀프제작소 등의 상호 정보공유를 위한 ‘3D 프린팅 국민참여 네트워크’를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 운영한다.
범 국민적 아이디어 모집도 시작된다. 학생과 일반인, 민간기업 등이 보유한 3D 프린팅 콘텐츠의 발굴·등록 및 공공기관, 지자체가 보유한 콘텐츠의 연계 활용을 추진하고, 이와 함께 다양한 정보를 3D 프린팅용 콘텐츠로 만들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다.
‘국가디지털콘텐츠식별체계(UCI)’를 적용해 원활한 콘텐츠 유통을 지원하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3D 프린팅용 저작권 보호기술(DRM) 등의 기술·정책적 보호수단도 마련한다. 3D 콘텐츠 유통체계 마련을 위해 민관이 보유 중인 콘텐츠를 발굴해 연계하고, 국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3D 프린팅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3D 프린팅 관련 정보들을 창조경제혁신센터, 무한상상실, 셀프제작소, 특허지원시스템, 제조혁신지원센터, 창조경제타운 등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연계·지원하는 ‘국가 3D 프린팅 종합 포털’을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제조업으로의 파급도 추진한다. 자동차, 전자, 항공 등 국내 주요 제조산업의 제조공정 고도화를 위해 기업의 3D 프린팅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정부차원의 종합지원기반 구축을 추진한다. 산업 전반의 높은 활용 수요에도 기존 장비들은 여전히 시제품 출력 수준이고, 중소·중견업체에는 높은 벽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반에 3D 프린팅 기술도입을 지원하고, 관련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이며, 관련 인력 양성과 인프라 활용 홍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조혁신지원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러한 계획들이 실현되는 오는 2020년에는 3D 프린팅 인력 1000만명이 양성되고, 창직·창업 활동이 활성화돼 다양한 신산업과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기대된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