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1-새로운 융합, 협업] 기술, 사람 협업이 이노베이션의 힘

2007년 스마트 혁명을 불러온 아이폰이 세상에 공개됐다. 아이폰으로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과연 아이폰에 엄청난 신기술이 들어가 있는 것일까. 스티브 잡스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기존 기술을 적절히 활용해 아이폰을 만들었다.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는 아이폰에 처음 쓰인 기술이 아니다.

잡스는 소프트웨어(앱)와 아이폰(하드웨어), 서비스(아이튠즈,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를 융합해 고객에게 통일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고객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분석해 네트워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혁신적인 문화 가치를 제안했다. 앱 개발자에게 새로운 판매장을 열어주며 협력을 이끌어냈다.

세상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기술은 반드시 놀라운 발견이나 발명은 아니다. 기존 기술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기계 메커니즘의 결정체였던 자동차는 이제 전자기기로 변모했다. 자동차는 마치 바퀴 달린 컴퓨터로 변해간다.

LG경제연구원은 ‘기술융합 트렌드 활용한 이노베이터로의 도약’이란 보고서에서 기술융합은 요소 기술 결합을 통해 관련 산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탄생시키는 효과를 낳는다고 분석했다. 이노베이션은 기술 혁신에 의한 획기적인 발전이며 요소기술의 전문적 발전과 기술 융합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산업혁명에서 IT혁명, 스마트혁명까지 커다란 기술혁신은 기술 융합에 기반한다.

◇왜 융합인가

지구에는 70억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다.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공업화와 도시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인구는 더욱 고령화한다. 한정된 자원은 점점 고갈되고 환경오염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높다.

LG경제연구원은 전기전자, 자동차, 화학, 조선, 기계 등 현재 주요 산업은 2차 세계대전 전후에 개발된 기초기술을 개량적으로 발전시켜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 기술이 심화하면서 융합되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자원이나 환경 문제를 고려할 때 새로운 그린 에너지로 전환이 필수다. 태양전지 등 그린에너지가 정책적 지원 없이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혁신적인 소재 기술과 제조 과정 개발이 필요하다. 태양광, 풍력 등 그린에너지 기술 발전은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차세대 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또 다른 융합 기술로 파생된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도 기술 융합화를 촉진하는 요소다. 헬스케어, IT, 로봇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다.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는 산업용 로봇 확대와 고령자를 돌보는 서비스 로봇 기술도 결국 융합에서 나온다.

◇기술에 기술을 더하다

IT와 기존 산업 융합은 통신, 가전, 휴대폰, 금융, 소매 등 분야로 확장돼 왔다. 앞으로는 에너지와 의료, 교통, 자동차, 인프라, 제조업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검색서비스 ‘구글’로 세계를 점령한 구글은 기존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는데 한창이다. 구글은 검색 기술을 강점으로 세계 모든 정보를 네트워크화했다. 이후 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를 개발해 스마트폰 시장에 커다란 여향을 미쳤다.

또 다른 융합 혁명 분야는 바로 자율주행자동차다. 구글은 자동차에 비디오카메라, 레이더 센서, 위치 측정기, 라이더 등을 달고 주변 차량과 사물, 사람, 신호, 차선을 파악한다. 자동차는 센서에서 수집한 대량의 데이터를 해석해 진행방향과 가속, 감속, 정지 등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한다.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은 인공지능컴퓨터에 그 자리를 내준다. 자동차는 이제 스스로 운전하며 인간이 운행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도로 환경을 꿈꾼다. 구글의 기술혁신은 IT산업을 넘어 가전과 자동차, 로봇, 유통까지 전 산업계에 영향을 끼친다.

아마존은 처음 서점을 인터넷으로 옮겨왔다.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상거래를 온라인으로 가져오는 혁신을 일으켰다. 이제 기업들은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한 고객을 분석해 구매를 촉진시킨다. 백화점에 들어선 고객은 관심 있는 물건의 할인 쿠폰을 바로 스마트폰으로 전송받는다. O2O(Online to Offline)는 모바일을 활용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서비스 결합을 유도한다.

단순히 기술간 융합만이 핵심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명품 만년필 브랜드 몽블랑과 제휴했다. 삼성전자는 몽블랑과 함께 갤럭시노트4 전용 스타일러스 펜을 내놨다. 스마트 기기에 자리를 내준 몽블랑과 명품 이미지를 원하는 삼성전자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냈다.

이제 기업은 새로운 혁신을 위해 어제의 적과 손을 잡는 시대다. 기술에서 더 나아가 협업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폐쇄적인 애플 역시 제3의 앱 개발사가 없었다면 저 자리에 이르지 못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역사가 증명하듯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룡 IBM을 이긴 코드는 MS연합군이었다”며 “구글의 오늘을 만들어 준 것은 그들의 개방성을 믿고 같이한 개발자들 덕”이라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