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회 위원이 교육계 인사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이마저도 교육계에 편중돼 편향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 과목 비중 축소에 따른 과학계 반발 등을 의식해 자문위원회를 꾸렸지만 도리어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7일 교육부와 과학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 8월 말 구성한 ‘국가교육과정개정 자문위원회’ 위원 19명 중 이우일 서울대 부총장, 박승빈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총장,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오승균 미래융합연구소 대표, 장두이 서울예술대 연기과 학과장, 김응철 매일경제 경제교육연구소 부소장을 제외한 13명이 모두 교육계 인사들이다.
지역 교육대학 교수, 교과교육학 교수, 현직 고등학교 교장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회의 운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4일 1차 회의를 개최한 뒤 아직까지 회의 개최 일정이 없다. 교육부의 개정 총론 시안 발표가 오는 24일인데, 그 전까지 자문위 회의가 단 한 차례 열린 셈이다.
교육부는 지난 8월 자문위원을 모집하며 위원회 취지를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 시안 검토’라고 밝혔지만, 정작 자문위 회의에서는 이런 내용이 다뤄지지 않았다. 지난 4일 개최된 1차 회의에서는 연구위 시안 없이 원론적인 얘기만 오갔다. 한 사회교육학과 교수가 과학 과목 증대 요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자 과학계 교수가 이를 반박하는 ‘시수 싸움’ 양상도 벌어졌다.
자문위에 참석했던 한 교수는 “많은 사람이 참석했지만 돌아가면서 각 분야 별 입장을 얘기했을 뿐 특별한 대안이 논의되지는 않았다”며 “원론적인 수준에서 너무 짧은 기간 동안 개정 작업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4일 위원회를 개최할 당시에는 연구위 시안과 공청회 자료가 확정되지 않아 회의 테이블에 올리지 못했다”며 “자문위 개최 계획은 없지만 총론 시안 발표 전에 공식 심의기구인 교육과정심의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초부터 자문위 자체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온 과학계 실망감은 더 커졌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8월 말 갑자기 급조된 자문위는 태생부터 잘못됐다”며 “과학계 의견 수렴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서강대 교수 생활 30년 동안 과학기술계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처음 본다”며 “정부가 과학계 목소리를 무겁게 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