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내 스피커·엠프, 외산 ‘판’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에 설치된 음향장비 가운데 국산 비중은 5% 선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관련업계는 공무원의 외산 제품 선호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선정과정에서 제대로 평가조차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비롯해 문학·선학·남동 등 8개 경기장에 스피커·앰프·믹서 등 주요장비를 공급한 국내 업체는 인터엠과 케빅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경기장에 음향설비 설치를 위해 책정된 예산은 64억3800만원이었으며 국내업체 두 곳이 수주한 규모는 2억5000만원과 1억원으로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에 불과했다.

업계는 설계 단계부터 외산 채택을 겨냥해 진행됐다며 불만을 보였다. 음향업체 A사 관계자는 “장비 발주 이전부터 수입업체와 미리 접촉해 사양서를 만들었다”며 “스피커별로 특정 데시벨(dB)에 치수 등 규격까지 미리 정하다 보니 국내기업이 참여할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입업체가 관여하는 과정에 예산이 과다 계상됐다는 지적도 한다.

장비업계는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행사가 회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며 사업을 수주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해외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에서의 ‘레퍼런스(구축 사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퍼런스 확보를 위해 몇 개 업체는 아시안게임조직위 측에 스피커 등의 무상 기증을 시도했지만 이 또한 규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중국 정부가 올림픽 등에서 자국 기업 선정 사례를 예로 들며 국산 장비 채택을 하지 않은 정부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게임 개·폐막식 음향장비로 해외 유수 업체의 제안을 거부하고 자국기업 루이펑의 ‘LAX’ 제품을 채택했고 이후 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지원본부 측은 국산 제품 채택률이 낮은 것과 관련해 품질과 성능의 한계를 지적한다. 인천아시안게임 건설사업관리단 관계자는 “설비 발주기관이 달라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품질과 성능 문제가 아니겠느냐”며 “(국산을 채택하지 못해) 아쉬운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행사인 만큼 과거 실적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10년째 앰프와 스피커를 개발했다는 B사 대표는 “무조건 국산이라고 무시하는데 외산 제품도 90%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며 “아시안게임에서 100% 국산제품을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예산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발주처에서는 성능을 얘기하는데 테스트조차 제대로 해보려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주요 음향장비 업체 선정 현황 ※자료:업계>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주요 음향장비 업체 선정 현황 ※자료:업계


김준배·윤희석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