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돈은 만 60세까지만 벌기로 계획했어요. ‘그 이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가 사업을 하는 목적이었죠. 10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했어요. 은퇴하고 3년 간 하고 싶은 일만 하기로 했는데 이제 9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이한구 코텍 회장(66)은 산업용 모니터 제조기업 세주전자를 창업해 27년간 회사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운 벤처 1세대다. 2000년 벤처기업대상을 시작으로 2006년 은탑산업훈장, 2009년 벤처 1000억 달성 기업상, 2010년 1억불 수출탑 등 화려한 금자탑을 쌓았다.
이 회장이 은퇴를 결심한 계기는 평생 번 돈을 유익하게 쓰고 싶어서다. 사업으로 바빠 어쩔 수 없이 소홀했던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컸다.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 이 회장은 자신이 일군 부와 경험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성장 환경이 어려운 어린이와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기부 활동도 열심이다. ‘이한구 장학회’를 만들어 가능성 있는 고등학생도 지원한다. 이 회장은 “장학회 출신이 긴밀히 교류해 대학과 사회에 함께 나가고 다시 후배를 지원하는 선순환 모델을 만들고 싶다”며 “10년만 꾸준히 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성공한 선배 창업가의 노하우도 전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국가 지원이 자금에 치우쳐 있는데 돈 말고도 중요한 것이 많다”며 “창업을 하며 쌓은 다양한 경험을 후배에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뿐 아니라 새로운 인생설계가 필요한 장년층 지원도 준비 중이다. 장년층이 은퇴 후 새로운 일자리가 없는 이유는 짧은 산업화 때문으로 국가적으로도 장년 은퇴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판단이다. 은퇴 후 3년의 휴식을 마칠 내년 6월 이후에는 이보다 더욱 많은 활동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IT업계 경험이 은퇴 후 삶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표 산업 IT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다른 업종 출신보다 존경과 인정을 받는다”며 “IT업계는 인맥이 좁아 현역 시절 평가가 은퇴 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은퇴 전 평판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은퇴는 젊어서 일에 매진한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다시 시작을 하는 출발점”이라며 “젊어서 창업할 때나 신입사원 시절 못지않은 열정과 패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