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속 넓어진' 기아 신형 쏘렌토 타보니…

‘남자의 존재감’ 앞세운 신형 쏘렌토, 스타일과 주행성능 모두 ‘업그레이드’

신형 카니발과 비슷하게 생긴 얼굴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신형 카니발과 비슷하게 생긴 얼굴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쏘렌토(Sorento)는 기아자동차를 대표하는 중형 SUV다. 2002년, 프레임바디를 쓴 1세대가 처음 출시됐고, 2세대는 2009년에 나왔다. 싼타페와 같은 모노코크 플랫폼을 공유하고, 새로 개발한 디젤 2.2ℓ `R`엔진을 얹었다. 그래서 이름도 ‘쏘렌토 R’로 지었다. 현대가 완전히 다시 만든 신형 싼타페(DM)가 출시되자 쏘렌토도 같은 플랫폼을 써서 덩치를 키워봤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디자인 면에서 구형과 차별화 할 요소가 적고, 덩치가 커지면서 둔해보였기 때문이다.

와신상담한 기아차는 2014년, 완전히 새로 만든 3세대(UM) 쏘렌토를 내놓고 `상징성`을 강조했다. 신형 쏘렌토(UM)을 개발하는 데 있어 최근 아웃도어 문화의 확산, 안전성 및 다용도성 등을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풍부한 볼륨감을 바탕으로 ‘존재감 넘치는 디자인’을 표현하며 싼타페 등 경쟁 SUV와 차별화 했고, 구형보다 짜임새 있고 넉넉한 실내 공간까지 갖춰 실용성에서도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신형 쏘렌토는 '존재감'을 강조했다.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신형 쏘렌토는 '존재감'을 강조했다.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앞모양은 ‘존재감’을 최대한 강조했다. 신형 카니발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면서도 보다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옆모양은 날카롭지 않고 우직하게 보이며, 반짝거리는 휠이 심심함을 줄여준다. 뒷모양은 차분히 정돈된 느낌이다. 볼륨감을 강조한 앞모양과는 달리 산뜻한 느낌이다.

랩 어라운드 디자인 인테리어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랩 어라운드 디자인 인테리어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차 문을 열고 실내를 들여다봤다. 인테리어는 ‘모던&와이드(Modern&Wide)’를 콘셉트로 한다. 조잡하지 않고 편안한 느낌이다. 1열 도어트림부터 센터페시아 뒷부분, 즉 크래시패드까지 이어지는 선은 멋스럽다. ‘랩 어라운드 스타일’이다. 물론, 요트를 컨셉트로 한 재규어 XJ의 그것과는 다르다. 밋밋함을 없애고, 전체를 감싸는 느낌을 주는데 집중했다. 예전 국산차들은 이런 연속성과 통일감이 부족했다. 각 부분의 디자인이 따로 놀았다. 이제라도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진 건 칭찬할 만하다. 화려하게 크롬으로 장식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을 낼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쥐기 편한 형상이다. 두께도 적당하다.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스티어링 휠은 쥐기 편한 형상이다. 두께도 적당하다.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센터페시아 위의 스티치 장식은 가짜지만 진짜같다.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센터페시아 위의 스티치 장식은 가짜지만 진짜같다.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버튼이나 다이얼은 느낌이 많이 좋아졌다.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버튼이나 다이얼은 느낌이 많이 좋아졌다.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버튼 배열이나 형상, 느낌도 구형에 비교할 게 아니다. 차 이곳저곳의 손이 닿는 부분, 시선이 머무는 곳은 최대한 좋게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대시보드 상단엔 스티치를 넣어 멋을 냈는데, 이곳에 진짜 실로 한땀한땀 박음질을 한 게 아니다. 실제 박음질한 걸 본을 떠서 진짜 실처럼 보이게 했다. 굳이 얘기하지 않으면 만져봐도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가속느낌은 부드러우면서 강하다.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가속느낌은 부드러우면서 강하다. (사진=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에 힘을 줬다. 초반 가속은 의외로 경쾌한 편이다. 급하지 않고, 부드럽게, 꾸준히 가속된다. 시속 100km쯤에서 추월가속을 시도했다. 거뜬히 앞 차를 추월할 수 있다. 쭉 뻗은 한적한 곳에서 달려보니 시속 180km까지도 쉽게 가속된다. 소음도 무난하다. 차 바닥에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언더 플로어 패널’을 많이 썼다.

시승차는 7인승 모델이었고, 19인치 휠이 끼워져 있었다. R2.2 E-VGT 엔진에 2WD 자동 6단 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성능을 낸다. 복합연비는 ℓ당 12.4km다. 가혹조건에서 7km/ℓ쯤이었고, 정속주행시엔 ℓ당 15km쯤 됐다. 5인승 18인치의 복합연비는 13.4km/ℓ로 효율이 높아진다.

제동성능도 만족스럽다. 차 무게 탓에 타이어가 미끌리긴 하지만 필요할 때 잘 멈춰 서는 편이다.

[시승기] '속 넓어진' 기아 신형 쏘렌토 타보니…

차를 이리저리 휘저으면 뒤뚱거리지만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는다. 무게중심을 낮추고 차체 강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파노라마 선루프 프레임 소재를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로 바꾸면서 기존 철(13.74kg)보다 무게를 8kg이나 덜어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급한 코너링은 주의해야 한다. 속도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데다 차가 길고 무거워서다. 무게는 약 1.9톤에 달한다. 그리고 이번에 시승한 건 2WD 모델이다. 시속 170km 이상에선 조금 불안해진다. 네 바퀴 굴림 방식이라면 차 뒷부분이 훨씬 유기적으로 움직일 거 같다. 서스펜션을 개선했고, 구동방식에 따라 차이가 없지만 구동력이 앞뒤로 배분되는 4WD가 머릿속을 맴돈다. 신형 싼타페 4WD를 탔을 때 급한 코너링에서도 ATCC(구동선회제어장치) 기능이 작동하며 안정감이 좋았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물론 부드럽게, 천천히 운전하면 2WD와 4WD의 차이를 크게 느끼기 어렵다.

[시승기] '속 넓어진' 기아 신형 쏘렌토 타보니…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 SUV 최초로 혹한 코스로 유명한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혹독한 주행시험과 품질평가를 실시해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고 전했다. 강인한 차체와 조화를 이루는 역동적인 R&H(Ride & Handling) 성능과 내구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선 급가감속 코너링, 고 RPM 주행, 20Km이상의 레이싱 트랙 주행 등 타 시험장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항목을 집중 테스트했다고 한다.

만들어 내놓으면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엔 ‘살 사람’이 원하는 차를 얼마나 잘 만드는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 트렌드를 면밀히 분석해 제품에 반영한 건 환영할 일이다. 실제로 타보면 소재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구석구석이 만족스럽다. 요소요소가 있어야 할 데에 제대로 자리했다. 새로운 쏘렌토만의 매력을 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리고 ‘쏘렌토’ 브랜드가 되살아나는 건 SUV 마니아들이 가장 바라는 게 아닐까. 선택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진 거 같아서 다행스럽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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