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두 바퀴로 가는 자전거와 같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진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0.6%에 불과했다. 성장이 멈춘 것이다. 페달을 멈춘 자전거와 같다.
중소기업은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다며 울상이고 대기업들의 경영 상황도 녹록지 않다.
각종 극약 처방에도 내수 침체의 터널은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고, 기업의 투자도 살아나지 않는다. 선진국과 격차는 여전하고, 후발국 추격도 더욱 거세진다.
하지만 한국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만 드리운 건 아니다. 여전히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살아있고, 세계 경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정상화되는 ‘포스트 뉴 노멀(post new normal)’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를 ICT 융·복합이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신문이 화두를 던지는 ‘넥스트 뉴 노멀(next new normal)’ 시대의 도래다.
전자신문은 창간 32주년을 맞아 한국공학한림원과 공동으로 국내 최고의 석학인 공학한림원 회원에게 대한민국의 현 경제상황과 전망, 그리고 향후 산업 경쟁력 진단과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현재 경기는 최악이다. 지금대로면 5년 후도 현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
전자신문과 한국공학한림원이 전자신문 창간 32주년을 맞아 공학한림원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 대한민국 경제 성장 조사’에서 나온 우리나라 대표 석학의 경제상황 인식이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 응답자는 내년 전반적인 경기가 보통(45.19%)이거나 약간 불황(34.62%)이라며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 산업구조가 이어진다면 향후 5년간 올해나 내년과 비슷한 저 성장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산업구조에서 향후 5년간 경제 성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0%(현재 성장기조 유지)라는 답변이 44.86%로 가장 높았다. 이어 현재 대비 5% 미만 성장(36.45%), 5~10% 미만 성장(13.08%), 10~15% 성장(2.80%)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5년 성장 유형에 대해서는 꾸준한 저성장 기조 유지(80.3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2~3년 성장 이후 정체(6.54%), 성장률 하락(5.61%), 5년 이상 꾸준히 성장(5.61%) 등의 답변이 있었다.
경제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는 연구개발(R&D) 활성화(21.70%), 세계 경제 회복(18.87%), 제조업 유턴(18.87%), 신 시장 개척(8.49%), 정부 인프라 투자 확대(8.49%), 소비 진작(7.5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최근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 등을 풀며 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산업경쟁력 확보 없이는 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세월호 사태 등으로 인한 내수 침체를 최근 경제상황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석학은 더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개발(R&D) 활성화를 우리나라 경제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정부의 경제혁신에 10명 중 7명은 전혀 못하고 있거나, 별로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실행력 부족과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각종 산업육성 정책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명 중 6명이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우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각종 산업정책 중 규제개혁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석학들은 최근 몇 년간 수출 등 우리 경제를 견인해온 IT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 저하에 큰 우려를 드러냈다. 응답자 10명 중 2명만이 현재 우리의 산업경쟁력을 좋다고 평가했다.
5년 후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10명 중 5명에 달했다. 주력산업의 경쟁력 상실과 차세대 성장산업 발굴이 미흡하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가장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질 분야로는 중공업과 IT분야를 꼽았다. IT분야에서는 특히 휴대단말기에 대한 우려가 컸다.
중공업과 IT는 향후 우리 산업을 이끌어갈 대표 분야로 꼽혀 아이러니한 결과를 나타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셈이다.
넥스트 뉴 노멀 시대를 주도할 융합분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특히 의료, 자동차, 에너지 등의 IT융합을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박근혜 정부 산업정책 ‘부정적’…규제개혁은 ‘긍정적’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특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내세웠던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창조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매우 잘 하고 있다는 답변이 전혀 없었다. 잘 하고 있다는 답변도 9.62%에 그쳤다. 반면 못하거나(38.46%)거나 매우 못한다(10.58%)는 답변이 절반에 달했다. 여전히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3.85%)나 잘 모르겠다(29.81%)라는 답변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지난 2월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경제혁신 정책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전혀 못하거나 별로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답변이 66.66%를 나타냈다.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10.47%였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실행력 부족과 개념이 모호하다는 답변이 각각 36.47%, 43.53%를 차지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됐던 크고 작은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전혀 못하거나 별로 못한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57.69%를 차지했다. 어느 정도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7.69%, 매우 잘한다는 답변은 없었다.
정부 산업 육성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5년마다 바뀌는 정책 기조(39.05%)를 들었다. 이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27.22%), 기초 체력 부족(15.38%), R&D 예산 부족(11.24%) 등을 꼽았다.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을 지양해야 한다거나 정책 입안자의 전문성 부족 등의 소수 의견도 제기됐다.
부정적인 평가 가운데서도 잘하고 있는 산업 정책으로는 규제개혁(33.9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융합 환경조성(15.43%), 창업지원(14.81%), 소프트웨어 산업육성(13.58%)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으로 나왔다.
향후 박근혜정부가 산업 발전을 위해 집중해야 할 키워드는 이공계 인재양성(23.86%)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규제개혁(22.84%)이라는 답변 역시 높았다. 창업 및 R&D 지원(14.21%), 융합형 산업발굴(13.71%), 중소기업 지원 통한 동반성장(13.20%) 등이 뒤를 이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