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창조·혁신 3개국 대사, "한국식 규제개혁, 능사 아냐"

한국 정부의 규제 철폐 정책에 국제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자신문이 창간 32주년을 기념해 주최한 ‘주요국 주한대사 좌담회’에서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석한 창조경제와 혁신의 글로벌 아이콘인 영국·이스라엘·스웨덴 3개국 대사는 “지금 한국에서 들불처럼 일고 있는 규제철폐 칼바람에 자칫 필수 불가결한 규제까지 묻힐 개연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 대사는 “나쁜 규제는 뽑아내야 마땅하나, 이른바 ‘선한 규제’(good regulation)까지 없애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관 합동 규제개혁 회의’에도 참석한 와이트먼 대사는 “선진국에도 한국 못지않은 강력한 규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사실상 재벌 대기업의 강력한 지배 아래 있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중소·벤처기업의 마지막 보루는 남겨둬야 한다”고 밝혔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필요한 규제라면 선한 규제를 넘어 오히려 ‘더 좋은 규제’(better regulation)로 확대·강화시켜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 생태계 보호를 강조했다.

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정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우수 벤처나 중소업체 선정 역시 정부가 인위적으로 나서지 말고 그 기능과 역할을 시장에 일임, 기업의 아이디어가 자연스레 시장에서 발현될 수 있게 놔두라”고 주문했다.

이 밖에 이들 대사는 권위적 지배구조와 패자부활 시스템 부재, 여성의 경제활동 등 다양성 부족, 시장 개방 미진 등을 대한민국 창조경제와 혁신의 주요 걸림돌로 꼽았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