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시험동에 들어서니 8년간 2360억원이 투입된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3A호가 위용을 드러냈다. 아리랑 3A는 이미 모든 점검을 마치고 다음 달 발사장이 있는 러시아로 이송할 예정이다.
아리랑 3A는 부품 하나하나가 대부분 국내에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1999년 아리랑 1호(해상도 6.6m급)를 시작으로 2006년 아리랑 2호(해상도 1m급), 2012년 아리랑 3호(해상도 70㎝급), 2013년 아리랑 5호(합성개구레이더(SAR)를 탑재해 밤이나 비가 오는 날씨에도 촬영 가능) 제작 성공에 이어 아리랑 3A 발사를 준비 중이다.
3A는 국내에서 제작한 위성으로는 처음 지상 물체에서 발산되는 열을 감지하는 적외선 센서와 고해상도 전자광학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 지구관측 위성의 라인업이 구축된 것이다.
전자신문은 창간 32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창조경제 혁신 현장으로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만들고 있는 아리랑 3A의 실제 모습을 들여다봤다.
위성시험동은 우선 들어가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깨끗한 실험복과 모자를 쓰고 신발에는 먼지를 막는 덧신을 신어야 한다. 들어가는 문에는 에어샤워기가 달려 있어 10초 정도 공기샤워를 한다.
작업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초대형 태극기가 눈에 들어왔다. 우주개발 자부심과 애국심의 표상이다.
작업공간 공기청정도는 1평방피트당 0.5㎛ 정도의 먼지가 20~33개 사이를 왔다 갔다 할 만큼 깨끗한 환경을 유지했다. 이곳은 보통 먼지 수가 1평방피트당 1만개 이하가 기준이지만 이보다 더 깨끗하다. 그만큼 관리에 신경을 쓴 탓이다. 일반 가정의 실내 먼지 수는 통상 100만~1000만개 정도다.
3A는 330여㎡(100평) 가깝게 마련된 대형공간에서 작업이 이뤄진다. 한여름인데도 온도는 서늘함을 느낄 정도로 22.2℃를 균일하게 유지했다. 습도는 40~50%를 가리켰다.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 8~9명이 바쁘게 움직였다. 바쁜 손길이 느껴졌다.
다목적실용위성 2호와 3호, 5호, 천리안, 이번의 3A까지 위성 조립만 15년간 해온 이동우 책임기술원은 “2교대로 야근도 하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 자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힘은 들어도 남이 안 해본 일을 한다는 것,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생활해 왔다”고 말했다.
아리랑 3A는 본체를 항공우주산업(KAI)과 AP우주항공 컨소시엄이 제작했다. 대한항공, 한화, 두원중공업, 삼성탈레스 등이 부분부분을 맡아 부품을 개발 및 조달했다.
국산화를 나타내는 기술자립도는 시스템 및 본체 88.9%, 광학탑재체는 83.1%다. 부품 열 개 중 한두 개를 빼고는 모두 국내에서 만들어 조달한다.
아리랑 3A는 5.5m급 적외선 센서와 해상도 1m 이하의 서브미터급 전자광학 카메라를 탑재한 지구관측위성이다. 적외선 센서 때문에 지상에서 공장가동 여부까지 파악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까지 아리랑 3A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3A는 현재 운용 중인 아리랑 3호(해상도 70㎝급) 설계에 기반을 두고 제작했다. 아리랑 3호보다 향상된 전자광학 카메라 성능과 적외선 영상 촬영이 가능한 저궤도 관측위성이다. 주야간 지상 및 해양 관측이 가능하다.
발사 후 임무수명기간 동안 공공안전이나 재해재난, 국토·자원관리, 환경감시 등에 활용될 고해상도 지구관측영상을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 찾은 현장에는 AP시스템과 KAI에서 파견된 연구원들이 함께 작업하고 있었다.
최석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목적실용위성 3A호 사업단장은 “3A는 거의 모든 탑재체를 우리가 개발하다시피 했다”며 “지난번 3호는 이스라엘과 공동개발에 나선 탑재 카메라가 1년 늦어지면서 부담은 컸지만 더 많은 것을 배웠고 노하우도 쌓여 이번엔 우리가 주도하며 업체까지 참여시켜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최 단장은 지난 2009년부터 이 일을 맡아 6년이 지난 지금 흰머리는 훨씬 더 늘고 체중은 더 줄었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얘기다.
아리랑 3A는 이미 물리적인 조립은 모두 끝낸 상태다. 위성에 들어있는 전자장비 체크도 일정대로 거의 마무리에 돌입해 있다.
아리랑 3A에 탑재될 적외선 카메라는 실제로 우주에 올라가서 촬영하듯 영상을 모두 찍어보고 처리과정까지 성공적인 테스트를 마쳤지만 이송 때까지 전기적인 작동상태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
우주환경 시험과 발사환경 시험, 전자파 시험, 열진공 시험, 진동 시험 등도 모두 완료했다. 진공은 8~9G에서, 열은 우주 기온이 영하 180℃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완전히 같은 환경을 구현하기는 어렵지만 유사하게 테스트를 실시했다. 소음은 140㏈로 테스트했다. 전자파는 저·고주파 시험을 수행했다.
3A 조립 전반에 관여해온 최성도 KAI 우주체계팀 선임기술원은 “경남 사천에 있다 지난해 7월 파견돼 가족과 떨어져 산 지 1년이 넘었다”며 “우주는 한 번 위성이 올라가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에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분야지만 희소성이 큰 만큼 자부심도 비례한다”고 기술 개발에 긍지를 드러냈다.
기술개발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카메라 영상과 부품 등을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개발하다 보니 이걸 모두 조립해 놓으면 제대로 안 돌아가는 사례가 발생했다.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이고 개발은 마무리지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고 최석원 단장은 가슴 속에 있는 얘기를 꺼내놨다.
“우주 경험이 본래 많은 것도 아니고 위험이 크지 않습니까. 성공하면 좋지만 만약 실패하면 책임은 고스란히 개발자 몫이다 보니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국에서 1년 걸릴 것을 우린 석 달 만에 해낸 일도 많았습니다.”
자동차 부품이 2만개라지만 실상 위성 부품은 세밀하게 따지면 이보다 더 많이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전체를 일관되게 제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최 단장은 “XA 안테나 진동 부분을 개선한 것이 있는데 모터를 기계적으로 돌릴 땐 문제가 없었는데 사람이 돌리면 문제가 드러난다는 다른 나라 보고가 들어온 적이 있다”며 “이걸 수리하는 데 두세 달 걸릴 걸 생각하니 아찔한 적도 있었고 결국 연구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잘 고쳐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적외선 센서가 달린 카메라를 탑재한 위성 보유 국가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일부다. 희소성이 있는 만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항우연 연구진들은 예상했다.
최 단장은 “세계지구관측 위성영상 시장 규모는 지난 2009년 10억달러에서 오는 2018년께는 39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며 “우리나라 우주개발 시작이 늦긴 했지만 선진국과의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부터”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