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기지, 월성을 가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전 내에서 사용한 옷가지나 소모품에 불과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달리 처분 방식이 여전히 골칫거리다. 공론화위원회를 만든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공론화와 별도로 이미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내 수조나 지하 수십 미터 깊이의 동굴이 아닌 외부에 저장해 놓은 곳이 있다. 바로 월성 원전 사용후 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인 ‘캐니스터’와 ‘맥스터’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현황을 둘러보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원자력본부를 찾았다.

조밀건식 저장시설인 맥스터 전경.
조밀건식 저장시설인 맥스터 전경.

원자력의 상징처럼 돼 있는 노란색 방호복과 안전모, 장갑까지 착용하고 사용후 핵연료 임시 저장시설로 들어갔다. 가슴에는 방사능 측정기를 두 개나 달아야 한다. 하나는 누적 방사선량을, 다른 하나는 실시간 방사선량을 측정한다.

눈앞으로 거대한 분필처럼 생긴 원통형 흰색 구조물이 세기도 힘들 만큼 촘촘히 세워져 있다. 콘크리트 사일로인 ‘캐니스터’다. 무려 300기다. 높이 6.5m에 직경 3m다. 내부엔 마치 연필심처럼 사용후 핵연료가 직경 1m 용기에 담겨 있다. 사용후 핵연료를 중심에 놓고 1m 두께의 콘크리트로 둘러싼 형태다. 진도 6.5 지진에도 견디도록 설계돼 있으니 이 일대 땅이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뒤집어지지 않는 이상 안전하다는 의미다.

캐니스터 한 기마다 540다발씩 총 16만2000다발의 사용후 핵연료가 들어찼다. 가장 앞에 선 캐니스터가 1992년 4월 17일 처음 세운 것이다. 이후 2010년 4월 14일 다음 처분을 기다리며 마지막 캐니스터가 봉인됐다. 캐니스터 중간쯤에 있는 작은 문을 열어보니 철선이 위 아래로 묶여 있다. 사용후 핵연료를 꺼낼 수 없도록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봉인한 것이다. 나중에 중간 저장시설이나 최종 처분장으로 옮길 때에는 반드시 IAEA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혹시나 모를 누출을 확인하기 위해 캐니스터 아래에 내부 공기시료 채취관을 마련했다. 외부 방사선량 측정은 물론이고 내부까지 정기적으로 측정한다.

두 개의 철문을 지나 조밀건식 저장시설 ‘맥스터’로 자리를 옮겼다. 창고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 물 내에 사용후 핵연료를 담은 원통형 저장용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놓은 것이다. 콘크리트 벽두께만 1m로 내부에서 공기 순환방식으로 열을 식히도록 설계했다. 방사선 외부 누출을 막기 위해 통풍구 안쪽을 지그재그 형태로 설계했다.

너무 가까이 갔나 싶어 방사능 측정기를 대어보니 0.3마이크로시버트(μ㏜)다. 자연 방사선 수치가 일반적으로 0.1~0.3μ㏜ 수준이니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 치고는 안전하다. 게다가 안에 들어있는 사용후 핵연료는 적어도 6년 이상 원전 내 수조 속에서 방사선과 열을 식힌 것이다. 문제가 되는 우라늄을 속이 빈 쇠꼬챙이 형태의 연료봉에 담아 37개씩 다발로 묶은 후 철로 된 원통형 바스켓으로 포장하고 60㎜ 두께 철판으로 한 번 더 둘렀다. 연료봉 안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가 외부로 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월성원전 측은 설명했다.

맥스터 위로 올라가니 줄지어 선 네모난 뚜껑을 쇠로 만든 봉으로 일일이 막아 놨다. 4개씩 10줄이다. 맥스터 하나에 사용후 핵연료 바스켓 40개가 들어있는 셈이다. 7개 맥스터 중 4개가 가득 찼다. 이마저도 2018년이면 포화된다. 아직 봉인이 안 된 멕스터를 보니 사용후 핵연료를 넣고 위에 코르크 마개처럼 뚜껑을 닫는 방식이다. 뚜껑 하나에 4톤이다.

시설을 둘러본 후 누적 방사선량 측정기를 확인해보니 ‘0’이다. 괜한 긴장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월성원전 관계자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는 방사능 물질 누출검사는 물론이고 외부 방사선량도 자연 방사선 수준으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월성)=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