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람이 도내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되고 매연 뿜는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원천적 힘이 될 것입니다. 이미 제주 풍력단지에는 수익이 발생하면서 주민호응은 물론이고 지역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기차 보급 역시 10 대 1 경쟁률을 보일 만큼 도민들 친환경차 인식도 매우 높아졌습니다. 제주의 탄소배출이 없는 ‘2030 제주 카본프리 아일랜드’ 비전은 이미 꿈이 아닌 현실입니다. 카본프리 아일랜드 비전을 넘어 제주의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역량을 상품화해 수출 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51)는 제주도청에서 가진 전자신문과 창간 특별인터뷰에서 제주도의 가치는 국제적인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자립섬 수준을 넘어 국가 에너지 신산업의 대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원 지사는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통해 도내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고, IT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필두로 에너지 신사업을 제주가 주도할 것으로 확신했다. 이를 위해 특별자치도 차원의 금융투자지원 정책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기업 유치 등 과감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6·4 지방선거에 당선되면서 제주의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비전을 잇는 지자체장이 됐는데 간략한 소개와 생각하는 비전은 무엇입니까.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비전은 말 그대로 2030년까지 제주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든다는 의미로 정확히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저탄소’ 섬입니다. 제주는 우리 인류가 함께 보전해야 할 자산입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을 모두 보유한 곳은 제주가 세계에서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카본프리 아일랜드’ 비전은 제주 자연의 가치를 더욱 키우고 활용하는 게 핵심입니다. 앞으로 풍력·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 기반의 신에너지 산업에 많은 투자와 과감한 정책을 펼칠 계획입니다.
세계 각국도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사회 구축, 기후변화협약의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는 세계 전력생산 증가분의 거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선진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에도 뒤처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도 신재생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제주가 ‘청정’ 에너지를 통한 제주의 에너지 독립 뿐 아니라 국가 신재생에너지 미래 전략에 새로운 모델이자, 기준이 될 것입니다.
-‘2030년 카본프리 아일랜드’ 비전을 2020년으로 앞당기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몇 차례 언급했는데 어떤 측면에서 이 같은 생각을 했으며 비전을 이루기 위한 전략이 있는지요.
▲세계 에너지산업 트렌드는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차, ESS를 활용한 스마트그리드입니다. 여기에 풍력·수력·태양력·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 수요는 크게 늘고 있습니다. 관련 세계기구는 2035년 현재보다 2.5배 증가를 예상했고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이미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 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제주가 탄소 없는 섬이 되는 것을 시장 규모 확대와 기술력에 따라 충분히 앞당길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무엇보다 제주는 평균 초속 7m 이상의 경제성이 뛰어난 바람이 불고 있는데다, 태양광·조력·지열 등 청정 에너지원이 다양하고 풍부합니다.
전국 최초로 육상·해상 풍력발전 실용화에 성공했고, 세계 최초로 국가단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조성은 물론이고 전기차 국가 선도 도시 구축 노하우도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제주는 2030년까지 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100%를 청정에너지로 대체하고 도 전역에 스마트그리드 도시로 조성하면서 2030년까지 도내 전 상용차를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새로운 녹색성장도시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풍력·전기차·ESS 기술을 융·복합해 세계가 놀랄만한 수준의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 확신합니다.
-최근 관용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면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실제 타 보니 어떻습니까.
▲준중형차다 보니 실내공간은 좁을 수 있지만 차량 소음이 없어, 오히려 더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탄소저감, 친환경 실천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듭니다. 내년부터 제주의 행정 관용차나 업무용 차량으로 전기차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인데, 이 같은 계획 실현에도 큰 거부감이 없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여기에 제주 이미지 하고도 너무 잘 맞는데다, 도민들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의식뿐 아니라 친환경 운동에 앞장서는 자부심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2030년까지 제주 전체 37만대 차량을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바꾼다고 했다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전기차 보급은 단계별로 보급 목표를 정해놓고 추진 중입니다. 1단계로 2017년까지 공공기관과 대중교통 중심 보급으로 2만9000대(10%), 2단계로 2020년까지 대중교통, 렌터카 중심의 9만 4000대(30%),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100%가 목표입니다. 전기차가 친환경적이고 연료비 절감이라는 두 가지의 긍정적인 면 때문에 도민들 선호도가 아주 높습니다.
얼마 전 하반기 보급 사업의 도민 참여 경쟁률이 10 대 1을 넘었고 올해 말이 되면 전기차 860대(전국의 30%), 전기차 충전기가 1040기(전국의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국 최대 보급 규모기도 하지만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엄청난 수준입니다. 다만, 전기차가 고가다 보니 전기차 보급수량을 늘리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도내 보급 활성화에 다양한 정책을 모색해 전기차 구매 거부감을 없애는데 적극 나서겠습니다.
-환경부 등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정책이 계속될 수 없을 텐데 이에 따른 제주만의 보급 전략이 있다면.
▲전기차 구매자 부담이 중앙정부와 제주의 구매 보조금을 빼고도 일반차량 가격과 비슷해야만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동차업계 기술 경쟁력 확보나 구입 보조금 정책이 받쳐주지 않으면 전기차 보급 확대는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제주는 전국 1위의 전기차 보급률에, 국제전기차 엑스포 행사 유치 등으로 전기차 붐을 조성해왔습니다.
먼저 전기차의 단계적 확대 보급을 위한 중장기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필요한 조례를 제정해 관용차·버스를 단계적으로 전기차로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 업체면 좋겠지만, 국내 업체가 아니더라도 전기차 글로벌 업체를 제주에 유치하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효과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전기차 테스트베드로 상생하면서 제주의 전기차 시장 환경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제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환경은 자타가 인정하는 최상의 조건입니다. 2019년까지 해상풍력 총 1GW, 2030년까지 해상풍력 총 2GW 개발 목표를 갖고 있는데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글로벌 톱3의 해상풍력발전 목표를 추진 중입니다. 이런 와중에 제주의 풍속자원은 해상인 경우 평균 이용률이 35%를 상회하고 강력한 풍력이 연중 고르게 일어나 해상 풍력발전 최적지로 꼽습니다. 제주는 2030년까지 육상에 350㎿, 해상에 2GW 총 2.35GW 규모의 풍력을 개발한다는 원대한 정책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제주 해상풍력 2GW 구축 실현을 위해 1단계로 2019년까지 1GW, 2030년까지 2GW 해상풍력발전을 통해 도내 전력공급의 100%를 대체하고, 해상풍력 수출기반을 조성하는 등 청정 환경 보전과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높은 경제성 탓에 국내외 13개 발전사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제주에 풍력발전단지 구축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미 제주에는 풍력발전기가 연간 수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주는 이미 경제논리대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무리한 지원책 없이도 자생력을 갖춘 시장이 곧 형성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이나,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 등 민간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더욱 부추기기 위해 한국정책금융공사와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해 탄력적인 금융펀드 조성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효율을 높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저장장치(ESS)’를 지자체 차원에서 의무화했는데, 생각하는 신재생에너지 구축전략이 있다면.
▲신재생에너지 생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에너지 변환 효율을 높이는 일입니다. ESS은 신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필수입니다. 올해 제주지역 풍력발전기 운전한계용량은 138㎿이며 실제 생산 전력은 130㎿에 달합니다. 여기에 건설 중인 신규 발전소를 111㎿ 등을 감안할 때 한계용량을 초과하면 풍력발전기 가동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원활한 전력계통 운영과 전력품질 개선을 위해 ESS 설치를 의무화하고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고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주는 이미 국가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운영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전력망의 실용화와 탄력적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육·해상 풍력발전 보급, 원활한 전력계통 운영, 전력품질 개선을 통해 100% 신재생에너지 공급 정책을 과감하게 실현할 것입니다.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비전이 실현되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이슈가 될 텐데, 중앙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주도는 세계 최초 스마트그리드 구축, 해안 일주 자전거 도로망 건설·관광 상품화, 녹색 에너지 실증, 세계 최초의 상용 전기차 이용 등 제주에 특화된 전략을 마련해 계속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주는 녹색성장을 위한 국민 체험 공간,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개발 공간, 녹색성장 사업의 실증 및 현장 적용 전시장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홍보 툴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같은 가치를 고려해 ‘카본프리 아일랜드’라는 제주 비전은 국가비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의 청정 바람과 제주환경의 가치, 세계 수준의 첨단 IT산업을 융복합해서 국가 신재생에너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참된 창조산업이기 때문입니다.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미래 산업은 정부가 바뀌더라도 유지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제주부터 비전 성취가 될 수밖에 없도록 자생시장은 물론 수출 산업화에 물꼬를 트는데 주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협치와 대통합’이 정치 철학입니다. 정치는 그 자체로의 존중에서 출발합니다. 생각이 달라도 연대하고 서로의 차이를 좁혀나가서 공통점을 찾아 협력할 것입니다. 존중과 포용, 상생, 수평적 협치를 키워내는 다른 정치로 더 큰 제주도, 더 큰 대한민국의 원동력을 만들어내는데 온 힘을 쏟겠습니다.
대담=강병준 그린데일리 부장, 정리=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