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과학계 "분노, 허탈…장기전 준비"

[이슈분석]과학계 "분노, 허탈…장기전 준비"

과학과목 비중이 축소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접한 과학계는 또 한번 분노로 들끓었다. 그동안 국가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에 개정안 마련을 맡겨놓은 채 한 발 물러섰던 교육부가 직접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교육부 태스크포스(TF) 등 부처 차원 대응도 주목된다.

24일 교육부가 과학 과목 필수 이수 단위를 12단위로 정한 새 교육과정 총론 시안을 발표하자 과학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번 개정작업을 비판하며 여론 몰이에 나섰던 과학계 주요 인사들이 허탈감과 실망감을 내비치며 후속 대응을 예고했다.

과학계는 이번 주 내로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교육부 개정안을 전면 거부하는 성명을 준비하는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사·학부모 단체 등과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명환 기초과학학회협의체 회장은 교육부 발표를 접한 뒤 “너무 허탈한 상황이라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했던 얘기를 처음부터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라의 미래를 이렇게 몇 사람 모여서 졸속으로 결정한 안은 전면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시계를 40년이나 뒤로 돌린 교육부의 시대착오적 폭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과학 과목 비중 축소는 물론 국정 교과서 체제로의 회귀 등 교육과정 개정안 전체에 큰 흠결이 있다는 지적이다.

고시 확정이 내년 9월로 예정된 만큼 장기전을 준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계뿐만 아니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나 전교조 등에서도 일관되게 좀 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했지만 교육부가 묵살했다”며 “지금까지 총론 시안 발표 전까지 교육부 입장 변화를 유도하는 국면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를 계기로 교육부가 교육과정 개정작업 전면에 나선 만큼 부처 간 대응도 주목된다. 미래부는 내년 9월 고시 확정 전까지 교육부와 꾸린 TF를 유지한다. TF에서 △과학 필수이수단위 확대 △각론 개정위원회에 과학계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 집단 참여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교육과정 총론을 확정한 교육부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각론 작업을 위한 별도 위원회를 구성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TF 체제를 유지하며 필수이수단위 확대 요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며 “개정 연구위 편향성이 많은 지적을 받은 만큼 각론 위원회에서는 미래부와 교육부 협업을 통해 더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