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내 화장품 업체 A사는 한류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잘 팔린다. 하지만 최근 제품 디자인은 물론이고 포장까지 똑같이 복제한 ‘짝퉁’ 제품이 유통되면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정품 여부를 구별하기 어려워 저질 제품에 실망한 현지 고객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2.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쇼핑센터를 운영하는 B사는 상품권을 발행해 고객들로부터 선물용으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 정교하게 위조된 10억원 상당의 상품권이 해외에서 들어와 유통된 사례가 발견됐다. 쇼핑센터 특성상 복잡한 장소와 빠른 환전시간으로 위조 상품권 감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다.
#3. 세계 90여개국에 손톱깎이를 수출하며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중소제조업체 C사는 중국 하이닝의 모 금속공장에서 상표를 도용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품질 면에서는 자신이 있었지만 겉보기만으론 짝퉁 손톱깎이와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돈을 찍어내는’ 조폐공사가 그동안의 쌓은 감별 실력으로 ‘짝퉁’을 막는 보안기술을 개발, 민간에 이양한다.
한국조폐공사는 25일 ‘제1회 위변조방지 신기술 설명회’를 개최하고 짝퉁과 위·변조의 위협에 대비해 민간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보안기술을 공개했다. 63년간 축적된 화폐 위·변조 방지기술과 이로부터 파생된 보안 기술의 보급으로 짝퉁 없는 사회에 기여하고 공사 수익다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기술은 QR코드가 눈에 보이지 않게 숨겨진 ‘히든QR’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무늬가 없어 보이지만 스마트폰 전용 앱을 실행하고 카메라로 확인하면 흑백화면에 QR코드가 나타나며 담겨진 정보를 읽어낸다. 복제 되지 않아 위·변조 방지 및 정품 인증에 탁월하고 추가 설비가 필요 없어 저비용으로 적용 가능하다.
비슷한 기술로 문양, 문자 등 다양한 무늬를 육안으로 보이지 않게 인쇄한 후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하는 스마트기기 인식용 보안패턴 ‘스마트 시(Smart See)’도 선보였다. 화장품이나 상품권 등에 적용 시 손쉽게 정품 인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브랜드 보호용 ‘디지털 보안 라벨’ 기술은 지폐 위변조 방지에서 파생된 다양한 기술이 적용됐다. 라벨에 복제 불가능한 고밀도 2차원 바코드가 개별 적용돼 전용 앱으로 정품 인증 및 생산이력 등 각종 정보조회가 가능하다. 중앙 전산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작부터 유통, 판매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숨겨진 문양이 나타나는 ‘엠보싱 잠상’, 복사기기로 복사하면 숨겨진 문양이나 문자가 나타나 복사본임을 표시하는 ‘복사방해패턴’, 금속에 특수 압인으로 각도에 따라 두 가지 문양이 번갈아 나타나는 ‘금속 잠상’ 등의 시연도 이어졌다.
행사장에는 화장품과 식품, 제조업을 비롯해 짝퉁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는 다양한 분야 기업 관계자들 찾아 보안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공사는 위·변조 방지 기술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에 상호협력을 위한 신규시장 창출을 제안했다.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오늘 발표하는 기술은 한국조폐공사가 쌓은 위·변조 대처 방법을 고민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됐다”며 “첨단 보안 기술을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나가는 취지에서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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